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734

시누님 사랑


BY 김효숙 2012-11-12

비가 내리는 가을아침

가평에 전원주택을 짓고 사시는 큰 시숙님 생신이다.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이 가을 여행을 해 주겠다고 손을 내민다.

울 남편은 엊저녁 부터 시숙님 생신에 뭘 해가느냐 걱정이다.

여유로울 때는 이것 저것 음식을 해다가 드렸는데

마음만 부자이지 이젠 가진것이  적어서  많이 해다 드리지 못한다.

 

고기를 양념해서 통에다  담았다

큰 시누님도 오시니 조그만 통에 담았다

고추 된장에 버무린것 하고 함께 가지고 운길산 역으로 남편과 함께 갔다.

만나면 큰 시누님이 내 손에 용돈을 쥐어주시니 부담스럽기도 하다

나도 맘껏 드릴날이 오겠지 하고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고 받는  내 맘도 편치는 않다

그래도 이쁘게 살아간다고 사랑해 주시는 시누님이니

나중에 잘 해드리면 되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운길산 역에서 시누님 만나 가평으로 향했다.

큰오빠가 늘 엄마 해 주시던 음식을 좋아하신다고

우리 시누님은 한보따리 씩 해가지고 간다.

가평 농협 마트에 들러 과자랑 참치 김.. 그리고 생일 케익을  사셨다.

그리곤 가면서 먹으라고 샌드위치도 사 주셨다.

소풍가는 맘으로 함께 달리는 기분은 샌드위치 때문에 더 좋았다.

 

저녁에 일찍 돌아올 일도 없으니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삶에 쫓기는 시간들이 아니니 그저 신이 날뿐이다

 

오늘에 고달픔을 고민으로 남기기엔 난 용납하지 않는 성격이다.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고 어떤 일에 부딪치면 그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고

그 순간 감성을 간직하고 싶으니 말이다.

 

단풍이 가을을 이별하느라 산들은 가을 바람과 씨름을 하고

사람들은 가는 가을 더 구경하려고 눈을 크게 뜨고 아우성이다.

가슴에 가을 단풍을 물들이고 싶다.

가슴에  잊혀진 추억들의 단풍을  물들이고 싶다.

 

 어느덧 산 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시숙님 댁은

정돈된 잔듸들이 가지런히 손님 맞을 채비를 하고 파랗게 준비하고 있다

돌층계를 올라가니 텃밭을 가득 메우던 채소들은 창고에 가서 자리를 하고

밭에 남은 것은 초록빛 무우와 배추뿐이다.

이쁜 꽃들도 차가운 산속 바람에 웅크리고 마당에 멍멍이만 짖어댄다

 

집 울타리 뒷산에선   나뭇잎들이 반겨주며 낙엽 세례를 던져준다.

 

콜록 감기에 걸린 우리 시누님은 오빠를 만나 좋아라 집안으로 들어가고

우리도 뒤따라 들어갔다.

고등어 자반 졸이는 냄새가 구수하다.

오리 훈제와 돼지고기 볶음 무 나물 우거지 지짐 백김치 배추김치 깍뚜기

배가 고프던 차라 맛나게 먹었다

화덕엔 참나무 장작이 타오르고 군고구마는 노랗게 익어간다.

 

빨간 홍시  사과 고구마가 얼른 밥 먹고 초대한다고 야단이다.

역시 배가 고프니 다 ㅁ맛있다.

 

도란 도란 이야기 나누는 사이 나는 호미 하나 들고 옆에 있는 포도 밭으로 가서

가을 냉이와 쪽뚜리 나물을 한바가지 캐고 씀바귀도 한바가지 캐고

텃밭으로 가지고와서 쪼그리고 앉아 가을 바람 맞으며 다듬으니

손시렵고 춥다.

낭만도 찬바람 앞에서는 저리가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구 추워....

 

커피 한잔 마시고 시누님과 용문으로 향했다.

언제나  시어머님의 사랑을 함께하는 큰 시누님

내가 시집 왔을 때 우리 어머님은 이년전에 돌아가셨다

우리 큰 시누님은 어머님의 사랑을 그때 부터 지금까지

가득가득 부어 주신다.

나보다  두살 위인 우리 큰 시누님 맘이 여려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이 툭 떨어질것 같은

큰 시누님은 내 언니 같고 어머님 같다.

근데 얼마나 외로울까

동생들이 셋이나 되는데 맨날 사랑은 주기만 하고 받지는 못한다.

나라도 잘해야지..

 

차를 타고 가면서 시누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요즘 아파서 살이 쏙 빠졌네.. 요

그 말 한마디에도 눈시울을 붉힌다.

 

용문으로 달려가니 약국하는 고무부는 저녁을 사주신다고

동태탕집으로 데리고 가셨다

맛나게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

김장 김치며 고추가루 들기를 쌍화탕 감기약 현미쌀

잔뜩 싸주신다.

 

착하디 착하고 인정 많은 우리 큰 시누님 그 사랑을 난 언제나 갚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