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저녁 잠을 청하려는데 외출했던 막둥이가 들어왔다
양쪽 손에 두봉지 가득 사들고 왔다
방에 누워있는 남편에게 얼른 나와보라고 손짓을 했다
우리 막둥인 아빠 엄마가 환영해 주는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보따리를 내려 놓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맨날 집에 오면 캄캄해 싫었는데
불이 환하게 켜 있으니까 좋다고 말이다.
국민학교 일학년 때 엄마가 일을 시작했으니
집에 오면 아무도 없는것이 싫었댄다.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것이 없이 살아가니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아들은 보따리를 풀어 이것 저것 꺼내 놓는다
토마토 쥬스 네병 과자 바나나 요플레 호박씨 해바라기 씨 아몬드 ..
그리곤.. 청국장이다. 일회용으로 낫또라고 쓰여진 건데
계란 노른자를 넣고 막 저어서 먹으면 참 맛이 있다.
어찌 이걸 사올줄 알았냐고 물으니
언젠가 아빠랑 가락시장 갔는데\
아빠가 엄마 좋아한다고 사시던 기억이 나기에
샀다고 한다.
녀석 .......
말한마디 하나도 빼놓지 않고 귀담아 듣는 막둥이
우리 식구들 몸종 챙기라며 견과류며 몸에 좋은건 다 사왔네
그리곤 앉아서 아빠 엄마 내일 대부도 친구네 가서 일주일만 쉬다가 오랜다.
아빠는 하루만 자고 온다고 야단
엄마는 일주일 푹 쉬고 조개도 줍고 그러라고 한다.
아빠는 하루 자고오면 골프 연습장 일주일 예약해 준다나 ㅋㅋ
옛날 일이다.
의사들과 골프장 잘 가던 옛날 일이다.
이젠 거리가 먼 일들이 맘으로만 칠뿐이다.
ㅋㅋ
엄마 아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세요
이런일 한지가 벌써 십년을 넘었네요 하면서
그맘을 헤아리는 막둥이가 대견스럽다.
처음 힘든일이 터졌을때 초등학교 일학년이던 아들은
학교에서 선생님들 급식 해주던 엄마 곁에 와서
쉬는 시간이면 어깨를 주무르며
어머니쨘 아버지 쨘 하루종일 얼마나 힘드세요
제가 팔다리를 주무르지요 하면서 토닥거리던 그 모습
어느날 일기를 보면
오늘은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
쓰레기장으로 올라 갔는데 엄마가 식당안에서 일을 하고 계셨다
나는 힘이 났다.
다음엔 쓰레기를 또 버리러 와야겠다 하고
초등학교 일학년때 일기를 쓰던 막둥이.
비가 내린다
구름이 엄마한테 혼이 났나봐... 사색을 즐기던 막둥이
복지관 앞에 앉아 있는데 할머니 세분이 지나가더랜다.
가운데 할머니가 제일 멋쟁이였는데
맘속으로 울엄마 할머니 되면 저 가운데 할머니처럼 만들어 드려야지 했댄다.
엄마가 속상해 있는 모습 보면 꽃 사다가 가게앞에 심어주고
엄마가 속상해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자전거 타고 들꽃을 꺾어
벤취에 울고 있는 엄마에게 꽃을 내밀던 막둥이
활명수 빈병에 강아지풀 꺾어다 담아주며
엄마! 엄만 이게 행복이지 하며 건네주던 막둥이가
지금 스물일곱의 청년으로 자라있다
엄마 아빠 걱정하느라 애를 쓴다.
맘 깊이 헤아리는 그 따스한 정 사랑
엄마 아빤 그 힘에 더 기운을 내리라
하여간 자식은 웃음만 울음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