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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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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풀 사랑


BY 김효숙 2012-04-26

집에 돌아오는 밤중에도 이슬비가 내렸다

집 앞에 내려 걸어오는데  저만치 막내 아들이 잠깐 나갔다 올께요 하고 나간다

하루종일 서서 일하다 보니

집에 오면 꼼짝 달싹도 하기 싫어 집에 들어오자마자 벌러덩 누웠다.

조금 있으니 아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난 얼른 눈을 감고 있었다.

 

엄마 ! 장난하지 말아요 우린 둘다 비슷하다

 

내가 들어 올 때면 아들은 눈 감고 자는 척 하기도 했다

엄마 ! 이거 받아요

 

아들 손에 들려진 것은 밤새 이슬비 맞은 강아지풀이다.

 

솜털 같은 강아지 풀을 꺾어 온  것이다

 

얼른 강아지풀 따서 아들 코에 넣고 장난치고 싶었다

어릴 적 잠이 들면

잠자는 오빠 코에 강아지풀 넣고 간지럽혔었는데

 

아들은  힘들게 일하고 들어 온 엄마에게  좋아하는 풀잎이라도

주고 싶었나 보다

아니 엄마가 힘들어도 행복해 하는 것이 무엇인가 알았나보다

 

얼른 유리컴에 꽂아 놓으렴..

하고 누웠더니 박카스 한박스를 내민다.

 

갑자기 돌아가신  즈이 할아버지가 시골에 가면 약방에서

박카스를 꺼내 주시던 생각이  나서 사왔다고 한다

 

어머나 ! 이 녀석도 추억을 먹고사네

엄마를 닮아 추억을 먹고 사네 그 생각을 하니 부자가 된 기분이다

녀석 !  난 방에 들어 와 글을 쓰는데 아들은 박카스 병 종이를 떼고 강아지풀을 꽂아 들고 들어왔다.

 

컴퓨터 옆에 놓고 나가더니 조금 있다가 다시 들어 와 엄마 ! 냉면 해주세요 한다.

 

새벽 한시지만 아들이 꺾어다 준 강아지 풀에 피곤한 몸이 뭉게구름 위에 앉은 느낌이라

얼른 나가서 비빔 냉면을 해 주었더니마사있다고 그릇 째 들고 아빠 한테 들고 가 한 입 넣어 드린다.

 

행복이란 바로 이런거란다.

 

서로가 서로를 헤아려 주고 말없이 건네는 강아지풀  몇 가쟁이에서 맛보는 기쁨

강아지 풀 같은 사랑이다

 

이것이 가족에 사랑이며 행복이다

 

밤새도록 강아지 풀은 아들의 작은 사랑 안고 내 곁에서 날 지켜 줄 텐데

너무 행복해서 밤새 앓는 신음소리도  도망가겠지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