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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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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속에 피어난 온기꽃


BY 김효숙 2012-02-17

저녁시간  눈발이 날린다.

눈이 내리면 어린아이 처럼 가슴이 설렌다

사람은 나이를 먹어도 이런 설레임이 남아 있어야

살아가는 힘이 솟는다.

두부를 사러 슈퍼로 뛰었다

손님이 오면 어쩌나.. 약간 오르막 언덕길을 뛰었다

그런데 내 앞에 시각장애인 듯한 아줌마가 걷는다.

내 또레가 되었을까   뛰다가... 너무 씩씩하게 걷고 있는

그녀를 천천히 걸어가며 보았다

건널목이 가까왔는데 장애물이 있었다

정말 시각장애인이라면 저길 못갈텐데...

장애물을 발견한 순간 머뭇거렸다

얼른 뛰어가 그녀의 팔목을 꼭 잡았다

그녀가 웃는다 아주 환한 미소로 웃는다

나도 웃었다 그녀의 미소에 감동해 웃었다

 

그리곤 팔을 꼭잡고 길을 건너주었다

이렇게 눈 오는 날엔 참 미끄럽지요 하고 말을 걸었다

그녀가 무안해 하지 않도록 나도 웃으며 아주 오랫만에 만난

친구 처럼  말을 걸었다

 

그녀가 웃는다. 고맙다고 말이다.

희미하게 보인다며 더욱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와 함께 걷고 있는

그 순간 눈속에 온기꽃이 피어나는 것 같았다

직진이요 좌회전이요 물으니 좌회전이라 한다..

조심해서 가세요 인사를 하고 슈퍼로 갔다

친하게 지내는 슈퍼 아줌마에게 조금전 있던 일들을 이야기 하며

우린 정말 감사할 일이 너무 많아요 했더니  그 아가씨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 아줌마가 전에는 보였는데 점점 눈이 안보이게 되었다는 말을 해 주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불편함이 없을 때는 감사함을 잊어버리게 된다

가끔 시각장애인을 볼 때 얼마나 감사할 일이 많은가 깨닫게 되니 말이다.

지하철을 타러 갈때  장애인 걷는 길을 눈을 감고 걸어 볼 때가 있다

이미터 정도 걸어가면 답답하고 캄캄해 얼른 눈을 뜨며 휴우 하고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가

이 아름다운 세상 사계절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이 얼마나 아름운가

보고 싶은 세상을 맘껏 바라보며 가고 싶은 곳 가고 싶은 대로 걸어가며

뛰어갈 수 있는 감사

사랑하는 이들이 저만치  걸어 올 때 달려 갈 수 있는 감사

사랑하는 가족을 밖에서 만났을 때의 기쁨

수없이 누리는 기쁨과 행복이 주는 선물은  바라 볼 수 있는 눈이 있기 때문이다.   잠깐의 외출이 주는  여유로움속에  장애우로 부터 느끼는 감사함이

추운 겨울이 아니라 따스한 봄날 같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