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조림을 들고 혼자사는 할머니댁에 가서
할머니랑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는데 그이가 전화를 했다.
시동생이 우리동네 동사무소에 전입신고를 하러 왔댄다.
날보구 도장이랑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가라고 한다
엊저녁.. 넌즈시 시동생 우리집으로 주소좀 옮긴다고 하길레
아파트라 될지 모른다고 말했는데
확답을 듣지도 않고 그냥 온것이다.
동서랑 빚쟁이때문에 서류이혼을 했는데
다시 동거인으로 했더니 아들 대학등록금 융자가
아버지가 동거인으로 되어있으면 안된다고..
우리집으로 옮긴다는 것이다..
순간 가슴이 철렁.........
그럼 우리집으로 빚쟁이가 오면 어쩌 말도 못하고 가슴앓이를 하던터였다.
시동생 보증으로 우리 가세는 산산조각이 나고
내꿈도 우리 아이들도 고생속에 펴보지 못하고 지금까지 이리 살고 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 가슴이 터질것 같고 속이 무척 상해도
자기 동생이니 .. 형도 있고 누나도 있것만 왜 맨날 나만가지고 그래.. 속으로 만
투정을 부렸다.
할머니랑 커피를 마시다.. 집으로 뛰어왔다.
시동생은 동사무소에 자기가 할것만 해 놓고
내일 날보구 가서 마무리를 하랜다.
오라고 하지 않았냐고 했더니 형수가 없다고 했더니 그냥 간다고 했댄다
자기 형인디. 왜 얼굴 보고가지..
추운날씨 부천에서 여기까지 두시간 넘게 왔는데
커피라도 마시고 가지.............
그이도 용돈도 못집어 주니 오라소리도 못한모양이다.
그래도 그렇지.. 먼길을 왔는데
당신이나 내가 부모처럼 공부시키고 군대 보내고 장가보내고..
또 부모처럼.. 보증서 다 망했는데 그래도 형과 형수가 편해서 왔을텐데
마음 한쪽엔 두려움이 앞서고 누가 돈내놓으라 찾아올까봐
마음 한쪽으로는 막내 시동생이 가엾고 불쌍하고
내라도 넉넉하면 조카 등록금 몇번이라도 내줄텐데
나도 속이 상하다
미운맘은 잠시.. 잠시 내맘을 스쳐 지나가고
불쌍한 맘은 나를 하루 내내 아프게 할것인디..
서로 말도 안하고 오후 네시 출근을 하는데 말도 하기 싫고
어디라도 갈수만 있다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다.
옷을 갈아입고 지하철로 향하는데
그이는 먼저 나가고 나는 오분정도 있다가 나갔다.
막내가 차를 가지고 가서 지하철로 출근이다.
같이 가기도 싫어.. 천천히 나갔다
뒷쪽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야는데 나는 앞쪽에서 타고..
같은 전철속에 나는 앞 그이는 뒷쪽
종착역에 내려 슈퍼에 야채를 사야기에 차가운 바람을 안고 걸어가는데
왜 그리 맘이 시릴까 ...
큰시누님에게 문자를 했다
잠시 시누님이 문자가 왔다.
그래 그래.. 내 동생들 때문에 고생하는 맘 다 알아
내가 다 들어줄께 하는 말에 울컥 눈물이 솟구친다.
내맘 알아주니 그게 고마워서.
마음을 표현하고 나니 속은 시원한데
결혼해서 단 한번도 시동생과 살때나 부도가 나서 힘들때나
시누님에게 말하지 않았던 나였는데
왜 이리 약해져 그동안 참아낸것 헛수고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야채를 사가지고 가게에 가니 남편도 말을 안한다.
나도 벙어리 처럼 혼자 주방에서 일하고.. 몇시간이 흘렀다.
갑자기 그이가 컴퓨터를 하다가 날 부른다.
여기 이남자 육십세 아줌마 중매좀 하라며 그사람이 쓴글을 보란다.
왜 보라는 거지. 암말도 안하고 카페지기인 그사람이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들킬새라 혼자 웃었다
조금 있으니 그이가 주방에서 뭘하는지 접시에 계란후라이 하나 해가지고
그 위에 오이 피클을 서너개 얹어 컴하는 내 옆에 갖다 놓는다
먹으라는 말도 못하고 슬며시 놓고 저쪽으로 간다.
먹기는 싫은데 그이도 가만히 생각해보니 미안했나보다
자기 동생 때문에 내가 삐진것을..........
에효.. 먹어야 해 말아야해
쓰레기통에 확 버려야해
어렵게 화해하려는 그이의 제스처에 찬물을 끼얹을 용기도 없고
접시를 주방으로 가져와.. 꿀꺽 먹어버렸다.
그이도 나이를 먹어가는가보다
그전 같으면 아무리 시동생때문에 망했어도 어떤 말도 하면 안된다.
아니 나도 단 한마디 불평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해도 참 착한 아내란 생각이 든다.ㅋ
나중엔 복 받겠지 뭐 잘 참아냈으니 .. 그맘을 그이는 알것이라고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