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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아들의 신용카드 외식


BY 김효숙 2011-12-25

크리스마스 날에도 출근을 하는 막둥이는  대문을 나서며

저녁 6시까지 집으로 올테니 모두 대기하랜다.

교회에 다녀 와  조금 있으니 막둥이가 전화를 했다

아빠랑 엄마 형아랑 아파트 밑으로 내려오란다.

세식구는 옷을 이쁘게 갈아입고 내려갔다.

 

시동을 켠채  운전석에 앉아있는 아들을 보니 대견스럽다

엊그제 군에 간다고 하더니 벌써 제대

가라는 대학은 한달 다니고 휴학

돈 벌어야 한다고 자동차 딜러로 취직을 했다

아직은 인턴이라 월급을 많이 받지도 못할텐데

용돈 안가져 가는것 만도 고마운데

외식이라니 의아해 하면서도 막둥이의 그맘이 이뻐

우리 네식구는 설레는 맘으로 차를 탔다.

 

갈비를 먹으러 갈까 어디를 갈까 하기에

며칠전 소고기 샤브샤브를  친구들과 먹던 생각이 나

싸고도 맛있으니 거기로 가자고 했다.

 

막둥이가 운전을 해서 음식점 앞에 세웠다.

왠지 외식을 한다는 것이 어색하고 쑥스러웠다.

맘으로는 좋으면서도 왜그리 어색할까

 

우린 모두 이층으로 올라갔다

깨끗한 테이불과 분위기가 좋다

 

음식을 시키려니 깜짝 놀라는 언니가 있었다.

예전에 우리 식당에서 일하던 언니인데

남편이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이다.

재산을 불린다고 집을 샀다 팔았다하다 손실을 얻어

돈을 벌러 나왔다던 그 언니가 있었다.

 

얼굴도 이쁘고 맘도 여린 언니다.

 

우린 소고기 샤브샤브와 해물을 시켰다

인덕션이 각자 앞에 놓여져 있었다

꼭 외국에 와 있는 느낌이랄까

우리 나라도 참 멋있는 음식점이 있구나 생각이 되었다.

 

네식구가 외식을 한지가 너무 오래되어 이런것 자체도 낯설었으니 말이다.

아무렇지도 아니한 척 음식을 시키고 이쁘게 장식된 요리들이 나왔다.

천천히 우아하게 먹었다.

스페샬을 시키면 좀 쌀텐데 막둥이가 비싼것을 시켰는지 요전에 먹던것 보다 좀 나아보였다.

맨날 써빙만 하던 남편도 노오란 조끼를 입고 앉아 있으니 멋있어 보였다.

취업 준비중인 큰 아들 남편. 그리고 막둥이

어느새 다 커버린 우리 든든한 아들들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를것만 같았다.

 

한참을 먹는데 옆 테이블에선  엄마 아빠랑 사윗감인지..

외국 어디에 갔던 이야기를 하는중이다.

비행기가 낮게 뜬다나.. 높이 뜬나다

 

밥을 먹는 나는 그 말들이 신경이 쓰인다.

옛날엔 잘나가는 외국인 제약회사 이사님 우리 남편

외국을 밥먹듯이 드나들던 우리 남편

외국에 다녀오면 초코렛이며 치즈며 아이들 장난감 자동차며

한아름 사오면 앞집 옆집 다 나눠 먹던 시절도 있었는데

우리에게는 그저 승승장구 피어나기만 할줄 알았는데

 

이런 저런  좋았던 지난일들이 밥을 먹는지 마는지

주마등처럼 나를 그자리에 갖다 놓았다.

 

식당에서 주방으로 써빙으로 일하는 남편과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아들이 사주는 밥을 먹으며  겉으로 애써 하하 웃는다.

막둥이도 그런 엄마 아빠 형아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해 한다.

 

일하는 언니가  그래도 일하던 곳 사장님이라며

산낙지 한접시를 서비스 한다.

옆에서도 왜 우린 안주냐고 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꿈틀거리는 산낙지는 나에게 손을 내밀며

힘내요 힘..하는것 같았다.

나무 젓가락으로 감아  참기름에 발라 먹었다

맛있는 낙지를 입에 넣으려는데 옆테이블에

아저씨가 코를 홱 푼다.

 

입맛이 떨어진다.

외국에서는 식당에서 코를 푸는게 결례가 아니라지만

한국에서는 정말 예의가 아니다.

우리집 세 남자는 못들었는지 그냥 먹는데

나는 신경이 쓰인다.

 

그래도 나는  든든한 아들 둘이니 그런것 가지고 피해 망상증에 걸릴일도 없지

맛나게 먹자 하고 씩씩하게 먹었다.

 

복분자 차까지 입가심을 하고 앉아있으니 막둥이가 참 오랫만에  우리 네식구

외식을 한다며 지나간 추억들을 꺼내 놓는다.

막둥이가 고2때인가 엄마 아빠 몰레 오토바이 배운다고 피자 배달을 몇달 했었는데

어느 날인가 외식을 시켜준댄다

네식구는 나와서  중국집에 가서 요리를 시켰는데 십만원은 나왔었나보다

그리고는 아빠 옷  엄마 옷 형아옷.. 그리고 지 운동화 옷을 샀는데

백만원을 다썼댄다.

그리곤 하는 말..

엄마 돈은  .. 같이 벌어 정승같이 써야한다고.. 기가 막혀

그 추운날 돈 벌어 이틀동안 다 써 버리고 엄마 천원만 차비 하게 하던 막둥이

 

돈만 있으면 식구들 즐겁게 해주려고 하는 아들이다.

돈만 있으면 열시 넘어 이마트에서 할인한다고 가서 과일이며 굴이며 사들고 오는 아들이다.

 

오늘도 그 아들에게 맛난 저녁을 얻어먹었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인가 하하

 

식사를 다 하고 일어서려는데

아빠 하며 카드를 내민다.

아빠 체면을 세워드리려고 그래요 ㅎㅎ 하며 아빠가 계산을 하랜다

남편은 이런데서는 네가 내도 괜찮다 했더니

아니라고 아빠 손에 카드를 쥐어준다. 녀석

 

계산을 하고 내려와 차를 가지러 간 사이

남편은 아이구 내가 할아버지가 된 기분이네

우리 아들들이 결혼해서 아빠 엄마 외식시켜주러 온 기분이네 한다.

날마다  써빙을 하다가 얻어 먹으니 좋다며 웃는 그이를 보니 나도 기분이 좋다.

 

아빠가 힘없어 할까봐 배려하는 그 마음을 가진 아들이 있어 좋다.

그래도 잘 자라주었구나

막둥이는 늘 그랬다

어느 날 복지관 앞에 앉아 있는데 할아버지 세분이 걸어오는데

가운데 할아버지가 제일 멋지더랜다

선그라스에 메이커 옷에 참 멋지더랜다

맘속으로 나도 이다음에 돈 벌면 울아빠 저 가운데 할아버지 처럼 만들어 준다고

 

그리고 할머니들이 걸어오는데 그중에 젤 멋진 할머니 처럼 울엄마도 그리 만들어 줄거라고

그런 맘 하나만 먹고 있어도 엄마 아빠는 호강 안해도 든든하다

 

모처럼의 외식 참 오랫만에 외식은 잠시 쉬었다 가는 빈 의자에 편안함이다.

내일도 우리 네식구는 각자 맡은 자리에서 열심히 일을 해야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