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할땐 보고 또봐도 보고싶은 얼굴
결혼하고 아이들 기르며 정신없이 지나간 날들..
아이가 크는 모습에 퇴근해 오는 남편을 기다리는 설레임
맛난 반찬 해 놓고.. 남편을 기다리며
얘들아 아빠 언제 오실까.. 머리 긁적대며 기다림의 기쁨
아이들 크고 별일없이 지냈으면
그나마도 계절을 만끽하며
여유로움에 좋아할텐데
살아온 날들 삼십여년
하루가 버티기 힘들어 안간힘을 쓰는 날들..
아침에 눈을 뜨면 늦잠을 자야만 하는
야간 직업에............해는 중천에 떠도
모기장 속에 잠자는 남편
일찍 눈을 떠도 부스럭 소리를 내지못하고
왔다갔다
가을 따가운 햇볕 얼른 빨레도 해서 널고 싶고
이불도 빨아 널고 싶은데
남편이 자는 모기장 너머 베란다가 있으니.
가슴 두드리며 일어날 때를 기다린다.
어쩌랴 어쩌랴 사는게 다 그러니..
해는 중천에 벌써 다 가버리고
빨레 세탁기 소리 내지도 못하고.....
어쩌랴 어쩌랴 사는게 다 그러려니..
열한시 넘어간다.
일어나요 조심스레 깨워.. 밥 먹고.
누워서 텔레비젼에 빠져드는 남편..
안나가요?
어디 교육간다면서..
조심스레 그 맘을 두드린다
속마음 같아선.. 그만 일어나라고 소리치고 싶고
속마음 같아선.. 어디 갈려면 얼른 일찍 서둘러 가서 교육을 받던지
소리쳐 나가라고 싶것만
나는 그게 안된다.
잘나가던 남편 본인도 얼마나 속터지랴
세상 사는게 맘대로 되는일 아니고
어쩔수 없는 현실에 안주할수 밖에 없는 남편
그저 부부는 아침에 눈 뜨고 하루종일 떨어져 있다가
저녁엔 반가이 만나 오손도손 아내가 지어준 저녁상 받으며
도란도란.... 하루 보낸 이야기 주절대며
그리 살아야하는데..............
에구머니 에구머니
벌써 십여년 넘게 아침 저녁 온종일 같이 지내야하는날들이
숨막힌다.
사는게 넉넉해도 그러할게다
사는게 힘들어도 그리한데
그러나 그러나
울엄마가 하도 얌전하게 살아오셔서
나도 그리하고 싶다
가슴이 터지고 소리치고 싶고.. 그리하고 싶어도
울엄마 딸이기에 그리하고 싶다.
남편도 불쌍하고
가정에 성실한 사람인데 어쩌랴.............
환경이 사람을 만들어 버리니
그나마 건강한 남편이 있음에 감사해야지 어쩌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