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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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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힘내


BY 김효숙 2011-05-25

보고싶다라는 문자가 날라왔다

난 이유도 묻지 않고 와라 하고 문자를 날렸다

몇시간이 지났을까 친구가  우리 가게로 달려왔다

조금 전 울었는지 눈이 발갛다

이쁜 얼굴에 그런 모습까지 이쁘게 보인다

 

무슨일이 있냐는 내 물음에 아랑곳 하지 않고 환하게 웃기만 하더니

엄마한테 갔더니 누워서 꼼짝도 못하신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파... 엄마 아프니까 내가 죽고 싶어도 못죽지 하고 나왔댄다

 

사는게 힘이 들어 죽고 싶어도 엄마가 아프니까 못죽겠다는 그말이

의미심장했다

 

친구는 한시간이나 지났을까 커피 한잔 마시고 다시 친정으로 간다고 갔다

돈이 없어 엄마 뭐라도 사드리라고 전해주지 못해 맘이 찡해

친구가 간 다음 얼른 은행에 들러 돈 오만원을 보냈다

베지밀이라도 사다 드려라 하고 말이다

죽을것 같은 하루를 사는 나에게 아주 큰마음이다

 

친구가 간지 몇시간 되었을까 친구 남편이 전화를 했다

부천에  요식업교육을 받으러간 아내가 밤 늦은 시간까지 안온다며 말이다

우리 집에 다녀서 엄마한테 간다고 했는데요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아까 한 말이  석연치가 않아 얼른 전화를 했더니 꺼져있다

다음날도  다음날도 사흘이 지났다

 

주일날 교회에 가려고 옷을 입다가 혹시나 하고 전화를 해보았더니

신호가 간다 

다 죽어가는 목소리다

너 어디있니 너 강원도 있지 하니 그렇다고 한다

 

친구는 보름 전 까지만해도  강원도 산골에 살았다

안산에 살다가 그곳으로 간지가 삼년이 되었을까

내가 답답할 때면 좋아라 달려가던 친구네 강원도 고성이다

우린 늙으면 거기서 함께 살자고 늘 입버릇 처럼 말했었다

 

그런데 친구가  갑자기 대부도로 이사를 온것이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후배가 가게 하나 덜렁 준다고 해서

돈한푼 없이  짐 봇따라를 사 들고 온 것이다

막상 와보니 돈 한푼 없이 가게 하나 덜렁 있으니 답답한게 한둘이 아니다

남편은 나몰라라.. 친구가 이리저리 뛰어도 해결할 방법이 없으니

남편은 고향에 내려왔다 밤마다 술먹으러 다니고

척추 협착증에 시달리는 친구는 혼자 애쓰다 애쓰다

죽으리라 하고  결국은 살던 강원도 산골로 도망간 것이다.

 

우리 친구를 이뻐하는 남편은 흔쾌히 나랑 달려갔다

먹을것 하나도  없으려니.. 마트에 들러 쌀과 반찬 거리들을 사가지고 갔다

힘든 내색하지 않고 내 친구를 챙겨주는 남편이 고마웠다.

곰탕이며 죽도 빠짐없이 챙겼다.

 

친구네 달려가니 앞마당에서 쭈그리고 앉아 질경이를 뜯고 있는 친구는

완전히 해골할머니다.

그렇게 이쁘고 환한 얼굴의 내친구는 산골의 죽어가는 할머니 처럼 있었다.

꼭 안아주며 날 두고 어딜가려고 그러냐 우린 둘이 부등켜 안고 울었다

 

언젠가 자기 집에 아는 사람이 아프다고 한달을 기거한적이 있었는데

수면제를 몇알씩 모아놓았었댄다

콘테이너에서 수면제를 먹고 잤는데 사흘만에 도로 깨어났다며

죽을 팔자도 못된다고 하였다.

 

죽을려고 작정을 했던 모양이다

 

남아 있는 부르스타가 있어  죽을 데우려니 물이 없다

남편은 얼른 간성으로 가서 물 여섯병을 사왔다

친구는 죽을 데워 먹이고 우린 라면을 끓여 촛불을 켜고 먹었다

김치도 없을까 단무지 하나를 샀는데 라면과 먹으니 참 맛있었다

전기도 물도 없는 산골.................밤 8시다

개구리 울음소리가  우리들의 서글픈 마음을 달랜다

 

자자

남편은 스치로폴 위에 남아있는 이불을 덮고 자고

우리는 콘테이너 박스에 가서 잤다.

친구와 꼭 껴안고 자는 콘테이너 박스안이 참 포근하게 느껴진다.

죽지 마라  남편도 자식도 있는데 네가 그러면 안된다

지금까지 잘 참아내고 살아왔는데 이제와서 무슨짓이냐고 ..

 

우리 친구는 어릴적 부잣집 딸로 공부도 잘하고 참 이쁜 친구였다

고생이라고는 한번도 안해본 이쁜 친구였다

초딩 시절 모두가 부러워 하는 여유로운 친구였다.

 

그런데 결혼후.. 지금까지 친구가 가장이 되었고 남편은 자식 같은 사람이었다

착한거 빼고는 아무것도 자랑할게 없는 남편

 

이제는 그녀도 힘이 없고 아프다

척추협착증에 관절염으로 아프다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이를 악물고 대부도로 가는데 남편은 가게 앞 쓰레기도 안치워주고

술만 먹고 다니니 죽을 맛이란다

그래도 참아야지 어쩌냐.. 어쩌냐

 

친구를 달래 서울로 오는 길이 가볍다

죽을 친구 살려서 데리고 오니 내 마음이 기쁘다

휴계실에 들려 친구가 좋아하는 커피를 사서 함께 마시니 기쁘다

다시  이세상 살아가며 함께 웃고 울수 있는 친구가 있어 힘이 난다.

 

돌아 오는 길 그녀의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데리러 오라고 하였더니 알았다고 한다.

우리 가게에 와서 기다리니 친구 아들이 왔다

엄마  ! 겨우 도망간 곳이 강원도야...............친구 아들이 웃는다

 

가족이란 가족이란 함께 모였을 때 행복한 것이다

돌아가는 친구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기쁘다

잘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