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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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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사랑에 떡


BY 김효숙 2010-05-17

며칠전 강원도 고성에 사는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쑥을 많이 뜯어왔다.

물곳을 고을까 쑥떡을 할까

물곳을 고으자니 산에가서 더 캐와야 하고

쑥떡을 하자니 찹쌀을 사야하고

바쁜 일상속에 산에 갈 사이도 없고

찹쌀을 사자니 식구들이 떡을 잘 안먹으니 망설여 지고

어쩌나..

쑥을 삶아 냉동실에 우선 넣어서 얼려버렸다.

 

이틀이 지났다.

우리 가게  근처에 사시는 할머니

아들이 혼자 살아 가끔씩 시골에서 올라오시면

우리 가게 오셔서 나물도 다듬어 주시는 할머니가 계시는데

그 아들이  가게로 오더니 날 따라오라고 한다

집 들어가는 입구 자동차  옆에 쌀자루가 하나 있었다

그 아들은 청소부였다

새벽에 청소를 나갔는데 쌀자루에 찹쌀을 누군가 한말을 버렸다고 한다

너무 아까워  먹을 수 있을라나 청소차에 실어다 가져왔다고 한다.

 

나보다 나이가 다섯살은 적어서 누나라고 하는 할머니 아들

가끔씩 국을 끓이는 날이면 국을 몇봉지  전해주곤 했었다.

할머니는 아들이 혼자 살아서 안스러워 하시기때문에

내가 조금이라도 신경을 써주면 할머니는 기뻐하신다.

 

그 아들은  고흥에 사는 할머니한테  내가 국물을 주었다고 이야기를 하는지

며칠전에는 할머니가 마늘쫑을 한자루 보내셨다.

어느 때는 쌀도 한가마 부쳐 주시고

어는 때는 콩도 두말 부쳐 주신다.

어는 때는 김치도  한박스 부쳐 주신다.

 

나는 나는 복이 많은 사람인가 보다.

 

그래서인지 그 할머니 아들은 주워온 찹쌀도 내게 아낌없이 주고 싶은가 보다

쌀자루를 열어보니 바구미가 조금생긴것 같다.

아마도 그 쌀은 어느 시어머니가 시골에서 보내셨나보다

며느리는 먹다먹다.. 벌레가 나니까 버렸나보다

 

나눠서나 먹지.. 벌레 났다고 왜 버릴까

나는  그런 시어머님도 안계신데 ..........

 

쌀을 보니 기쁨보다는 정성껏 보낸 누군가의 시어머님 얼굴이 떠오른다.

며느리가 잘먹었겠지

우리 아들 찹쌀밥을 해주었겠지 생각하는 시어머님의 얼굴이 떠오른다.

 

쌀을 갖다가 쑥떡을 해서 나눠 먹어야겠다.

나는 좋아서 쌀을 번쩍 들고 가게로 갔다

씻어서 쑥하고 방앗간에 맡겼다

말랑말랑한 쑥떡이 완성되었다.

하나씩 비닐 봉지에 포장을 해 왔다

삯은 이만오천원..... 와아 비싸다

 

묘한 사랑의 쑥떡을 여덟집이 나누어 먹었다.

 

찹쌀을 사지 않아도 묘하게 생긴 찹쌀의 사랑이라 여기며

사랑을 나누어 먹으니 기분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