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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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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주를 담궈야지


BY 김효숙 2010-04-23

밤 열한시에 집에 온 나는

아들의 와이셔츠를 빨고 설거지를 하고

빨레를 돌리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비가 내린다

밤에 내리는 봄비는 소리가 없다.

누구에게 들킬새라 겨우 내민 새싹위에

꽃잎들위에 소리없이 내린다.

쓰레기를 버리고  그 옆에 있는 잔디밭에 쪼그리고 앉았다

하얀 냉이꽃이 밤중에 화려하다

맘이 우울해 진다.

 냉이 꽃들이  까만 밤에 화려하게 수를 놓았는데

시샘이 난다.

무엇을 할까

저 냉이꽃으로 무엇을 할까

쪼그리고 앉아  냉이 꽃을 뜯었다

한주먹  두주먹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저만치............하이얀 목련꽃이 떨어져 더욱 눈부시다

저꽃도 주워야지

비가 더욱 세차게 내리면 까망으로 물들어 갈테니까 말이다.

한잎 두잎 아무도 없는 밤길에  쉰이 넘은 아줌마가

꽃잎을 줍는다.

누가보면 나를 정신병자라고 할라나

누가 보면 나를 측은히 여길라나

 

하늘을 바라보았다.

벗꽃처럼 화사한 모습에 울엄마가 보고 계신것만 같았다

눈물도 꾸욱 가슴으로 밀어넣고 하늘을 보고 웃었다

엄마 ! 그냥 바람쐬러 나왔는데

목련꽃도 엄마였네

냉이꽃도 엄마였네

꽃몽오리 연산홍꽃도 엄마였네

 

한웅큼씩 줍고 뜯어서 얼른 집으로 갈께

어둠속에 메아리 던진다.

빗길이 무거워 하늘까지는 안들리려나

더 있다가는 눈물샘 터질라

더 있다가는 슬픈 내모습 들킬라

울엄마 하늘에서 날 바라보실텐데

얼른 웃고 가야지

 

커다란 목련이 내손에 웃고 있다

냉이꽃은 주머니에서 깔깔대고 웃는다.

하얀 목련꽃위에 볼그스레한 연산홍 꽃몽오리  몇개 뜯어 수를 놓았다.

 

삐리릭 대문 열고 얼른 소쿠리에 씻어 디카로 찰칵 참 이쁘다

날 위한 위로주의 술음 담가야겠다

사랑에 위로주.......... 날 위한 잔치를 벌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