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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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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계란 행상


BY 김효숙 2010-04-21

눈이 쏟아져   산과 들에 옷을 갈아 입히면

철없는 아이들은 눈이 좋아 온종일 눈 싸움을 하며 지냈습니다.

눈사람을 만들어 소나무 솔잎을 따다 수염을 만들고

아궁이 타다 남은 숱을 갖다가 눈썹을 만들고

나뭇잎 주워 다 입을 만들어 이쁜  꼬마 눈사람을 완성시켜

하얀 천사얼굴처럼 좋아서 웃던 우리들..

저녁 나절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갈 때면 집집마다 저녁 연기로

가득 한데 우리집엔 장사를 나가신 엄마가 돌아오시지 않아

 저녁밥을 지을 수 없어 저녁 연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왜 그렇게 쓸쓸하게 느껴졌는지..

엄마가 돌아 오시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동생과 나는 다 식어 버린

아랫목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등잔불 밑에서 숙제를 했었다.

 

옆집에서는 청국장 끓는 냄새가 배고픈 우리들 허기진 배를

유혹했지만 오직 엄마가 부르시는 기척만 오래도록 기다릴뿐이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효숙아. 엄마가 돌아 오셨다

머리에 이고 들어 온 광주리엔  노랗게 터진 계란에 흔적이

남아 돌뿐  곡식을 많이 받지는 못했다.

엄마는 그날도 한시간은 걸어서 산등성이를 넘어 가는

고주몰이라는 곳에 가셨다가  이집저집에서 계란을 받아

광주리에 이고  하얗게 눈이 싸인 산등성이를 넘어 내려 오시다가

그만 . 미끄러지셔서 계란을 다  엎으셨 댄다

 

아! 마지막  계란 장사가 되고 말았다며 눈물이 핑 도시던 어머니

 

이젠 마지막이라고 서울에 있는 언니 한테 돈을 얻어 다

계란 장사를 시작 하셨는데  본전을 다 잃어 버리셨으니...

그날 밤 엄마는 어깨가 축  쳐진 모습으로 들어 오셨다

목소리도 기운이 하나도 없으셨다.

그땐 엄마가 슬픈건지. 엄마가 그렇게 맘이 아픈건지

어린 나는 잘 몰랐다.

 

왜 하필이면 눈이 싸인 산등성이를 넘어 그 동네를 가셨을까

논뚝길을 건너 가는 동네를 가시면 괜찮으셨을 텐데..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이 오면  엄마에 마지만 계란 행상이

가슴 아프게  생각난다.

하얀 눈 속에 슬픈 기억을 잊고 싶은데 말이다.

지금은 세상에 계시지 아니한 엄마가 보고싶어진다.

눈이 오는 날이면.. .그 기억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