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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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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캐러 갔다가


BY 김효숙 2010-04-17

저녁시간 답답하여 칼 하나 들고 냉이를 캐러 나갔다.

봄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이름모를 꽃들이 봄채비 하느라 야단이다.

냉이는 벌써 뿌리가 억새지고 잎만 먹어야 하는 4월이 되었다

혼자 쪼그리고 앉아 냉이를 캔다 쑥도 몇잎 뜯었다.

냉이를 캐고 있으면 마음이 푸근해져 온다

바람을 쏘이고 있으면 가슴속 답답함이 다 풀어져 버린다.

풀밭에 앉아서 냉이를 캐고 있으면 어릴적 내가 된것 같아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까만 봉지에 두주먹 냉이를 캐어 넣었다.

저만치....... 아줌마가 지나가다 내곁으로 왔다.

냉이를 캐고 있냐며 궁굼해 한다.

상주가 고향인 아줌마는 내 곁에 와서 쪼그리고 앉아 바라본다.

참 좋아뵈요 냉이 캐는 모습에 정겨움이 든단다.

난 냉이를 캐다가 그녀와 풀밭에 하늘을 바라보며 앉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내도록  그녀의 인상은 참 부드러웠다.

 

남편을 보냈어요. 남편이 없으니 세상에 남편이 얼마나 귀한지 이제야 느껴요

그녀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내 또래 정도의 그녀이기에 나도 깜짝 놀라 물었다

추운 12월  산소에 갔다가 당뇨에 고혈압이 있는 남편은 차에서 내리자 마자

찬바람에 심장마비를 일으켜 곧 사망을 했다고 한다.

갑자기.... 눈물이 쏟아진다

그녀가 불쌍해서 말이다.

 

나는 말했다.

내가 어찌 그대의 마음을 헤아릴수가 있을런지요

그런 말을 하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내가 어찌 그대의 마음을 헤아릴수가 있을지 모르지만요... 저어

그냥.. 아침에 눈을 뜨면  당신 남편이 햇님과 바람과 구름으로 찾아왔다 생각하세요....

그리고  계절 마다 피는 꽃으로 남편이 찾아왔다 생각하세요

이름모를 뒷동산  새소리가 남편의 음성이라 생각하세요

그럼 덜 외로울거에요........

저도 돌아가신 엄마 생각에 이렇게 냉이를 캐고 있으면 바람과 새소리와

꽃들이 엄마처럼 생각되어 가끔씩 바람쏘이러 들판에 나온답니다.. 하고 말했다..

그녀는 내가 해주는 말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어둑한 들판에 나랑 함께 있었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던 아들의 전화를 받고서야

일어섰다.........잘가세요....나도 집으로 돌아왔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누군가에게 좋은 말을 해 줄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갈수 있음이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