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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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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시


BY 김효숙 2010-04-07

삼겹살을 파는  식당엔 가끔씩 아는 사람들이 해물탕을 해달라고 한다

그것도 한두명이 아니고 사십여명이 먹을것을 말이다

때로는 정말 하기 싫어 도망을 가고 싶어진다.

어느땐 아구찜 어느 땐 동태탕

낮에 파는 매일 매일 바뀌는 메뉴하기도 힘이 든데

저녁까지 해달라고 하면 난 멀리 멀리 도망가고 싶어진다.

그런데 어쩌랴

오는것 하나만으로도 감사해야하는 현실이니..........

 

손님들 오기 두시간전 부터 부랴부랴 해물을 씻고

반찬 다섯까지 해내고  냄비에다 해물을 돌려 담았다.

남편은 얼른 얼른 하라고 재촉한다.

그러더니 담아 낸 냄비위에 게를 보더니  뭐라고 한다

난 매운탕 속에서 잘 익으라고 한쪽켠에 놓았다

남편은 맨 위에 엎어서 멋있게 놓으라고 한다

 

난.. 그냥 화가 나서 혼자 담으라고 했다

그리곤 해물탕을 한번도 안사주고선 날 보고 해물탕을 하라고 하니 그렇지

하고 투정을 부렸다. 옛날 같으면 반박이란 내 자신도 용서가 되지 않았다

지금은 몸도 마음도 힘드니까  만사가  자신을 다스리지 못할때가 많다.

 

시간이 지났다

손님들이 오고  해물탕을 맛있는 냄새를 풍겨낸다.

맛있게들 먹고 있는데 그이가 주방쪽에 서 있다.

살며시 다가가  허리를 꼭 껴안으며 다음엔 꼭 해물탕좀 사주세요.. 하고 웃으며 말했더니.. 그이도 웃는다.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힘들다고 속으로 참아내고 일을 하다가도 때로는 작은 말한마디에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바보퉁이다

그런 바보퉁이가 하나씩 변해가고 있다.

주방을 뛰쳐 나가지도 않고 그 안에서 가스냄새 맡으며 나를 단련시킨다

사랑으로 인내로  단련 시킨다.

 

그러다 그러다 보면 너그러운 사람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