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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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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털며..........


BY 김효숙 2010-03-12

어제 아침엔 하얀 눈이 온세상에 하얀 수채화를 그렸다

겨울 나무 위에는 살짝 하얀 옷을 입히고

소나무 잣나무  사철나무 연산홍 처럼 파란 잎 위에는 잠시 머물다 가노라고

망또 처럼 앉았다.  여린 파란 잎새들은 밤새 깜짝 내려 앉은 눈속에

화들짝 놀라 가만히 있었나보다.

 

하루가 지난 오늘 아침 출근길  햇살이 오기 전에 녹아내릴까

카메라로 아름다운 풍경들을  담으며 길을 걸었다.

어린 나무들은 뿌리가 뽑힐 정도로  눈이 무거워 쓰러져 간다

나는 가방으로  눈을 털고 나뭇가지를 잡고 눈을 털었다.

벌써 쓰러져 잘라 놓은 나뭇가지를 주워서 손이 까맣게 물들어 가도록

 털어 주었다.

 

어젯밤에 집에 오는데  길가에 나무들이 아프다고 아우성인 것 같아

춥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지만 남편은 먼저 집으로 들어가고

난 나뭇가지를 주워 한참을 털어 주었다.

 

조금이라도 일어서라고 말이다.

 

지나가는 이들이 보면 저 아줌마 미쳤나 할까

아니야 그래도 괜찮아

가방을 들고 나뭇가지를 들고  나는 나무의 엄마 마음으로 털어주었다.

조금씩 고개를 든 나무들이 고마워요 하며 웃는 것 같았다

 

하룻밤이 지난 오늘 아침엔 눈이 조금씩 녹아 아예 얼어버렸다.

조금이라도 무거운것을  덜어 줄 수 있을까 있는 힘을 다해 도왔다.

 

어머나 10시  아줌마들이 전화가 왔다

왜 안오냐고.........부리나캐 뛰어가 가게 문을 열으며 말했다

나 착한일 했다!  나무 아플까 눈 털고 오느라 늦었지

아줌마도 웃고 나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