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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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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잘했다


BY 김효숙 2009-07-12

참 잘했다

다음 주면 장마비가 시작될 것  같아 남편 시장가는 길에 오이좀 사다달라고 했다

네접을 사왔다.. 와아..

두접은 오이지 담그고 .. 한접은 반갈라 속 파내고 소금에 절여 꼭 눌러 놓았다

반접은 오이 소배기를 하려고 절였다

손님을 받아가며 저녁시간을 오이 요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밤 아홉시가 넘어 간다

장대비가 쏟아진다.

아는 사람 오면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양파를 썰다가 손바닥을 썰었다

아팠다.

어제는 손가락이 문에 찢어서 피가나고.

오늘은 손바닥을 일센티는 베어서 피가나고

내 손은 온통 아프다고 야단이다.

어쩌냐

세상 그많은 사람중에 너는 나를 만났으니 내가 하는 대로 따라해야지 어쩌냐

아픈 손을 바라보며 위로해 본ㄷ.

 

장대비가 쏟아지는 뒷뜰에 나가 소금에 절인 오이와 양념을 갖다가

땅바닥에 놓고 빗소릴 들어가며 오이소배기를 담았다

빗소리가 참 좋다

빗소리는 나의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준다

빗소리를 들으면 힘든 맘도 다 날아간다

 

뒷뜰에 작은 꽃밭에 분홍색 수국도 좋아라 춤을 춘다

고추며 미나리 돌나물 호박넝쿨.. 모두 좋아서 춤을 춘다

오이소배기 담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위로해 주는 것 같아 나도 맘속으로 춤을 춘다

어느새 오십개 오이소배기를 다 버무렸다.

 

세봉지를  쌌다.

주방 아줌마.. 홀아줌마.그리고 나.

주일날에  두번씩은 먹어야지

봉지에다 오이소배기를 싸며 나는 기쁘다

작은거라도 나눌수 있는 기쁨이 있어 참 좋다.

 

하루가 다 저물어 간다

비가 내린다

밤 열시반이다......................

비를 맞고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는길이 참 행복하다

오늘.. 그 많던 오이가  제자리를 다 차지하고 나니 나도 뿌듯하다

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