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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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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풀은 내 친구다


BY 김효숙 2009-05-15

곤한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비몽사몽하는 아침 시간

때르릉 한통에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우리 교회 친구이다

아직 안 일어났어? 한다

응.. 이제 일어나야지

 

오늘 메뉴가 뭐야 한다

순간 짜증이 난다

단잠을 깨어버린 그녀가 순간 미운 생각이 들었다

나 처럼 하루종일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어찌 내 마음을 이해하랴

눈을 뜨지도 못하고  나는 오늘에 메뉴를 생각해 내고

그제서야. 오늘 ?  해물 순두부야 했다

 

으응  ! 오늘 구역예배 드린다는데 누가 물어보라고 했다 한다.

 

부시시 잠에서 깨는지 마는지 얼른 옷을 입고 현관문을 나섰다.

일층에 내려갔는데 아들 자전거를 타고 가려니

높이 조정을 해놓아서

탈수가 없었다.

걸어서 가면 십분거리임에도 먼길 처럼 느껴질까

자전거 높이를 내리다 안되어서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뒷동산  아카시아꽃 향기가 바람에 나부낀다

진동하는 꽃향기에  잠이 후다닥 달아났다.

아스팔트 길로 가기에는 삭막할것 같아 풀꽃향기를 맡으며

바로 옆 산을 끼고 걷는 길을 택했다.

 

아침 바람에 토끼풀꽃이 하늘하늘 춤을 춘다

혼자 가게로 가려니  내가 심술이 났다.

꽃 앞에 쪼그리고  앉아 토끼풀 꽃을  꺾었다.

 

너도 가자.. 너도 가자   이쁘게 핀 토끼풀 꽃들을 내손에 담았다

조금 걸어가니 저기서도 부른다.

나는 또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꽃을 꺾으며 말했다

토끼풀아 너는  내 친구니까 오늘 하루종일 내 옆에 가서

하이얀 유리병에 앉아 나를 바라보렴

그래야 내가 덜 힘들것 같아

너는 내 친구니까..... 내가 하루종일 가스냄새나는 주방에서

얼마나 힘든가 바라보렴..........

너는 날 바라보며 위로해 주고

나는 널 바라보며 맑은 공기 마시며 고운 햇볕 받으며

들판에서 하늘하늘... 춤을 추던 네 모습을 생각해야지

우리 서로를 바라보며 위로해 주자.. 

너는 내 친구니까 말이야

 

손에 한아름 꺾어 들고 일하러 가는 아침 길

하늘을 향해 웃었다.

 

어느덧 다다른 가게 하이얀 토끼풀 꽃을 유리컵에 꽂아 놓고

하루를 시작한다.

점심시간이 되어도 오늘 메뉴가 무엇이냐고 물어 본

그녀는 오지 않았지만 토끼풀 때문에 난 속상하지 않는다.

 

하루종일 나랑 함께 해준 토끼풀꽃이 내 친구라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