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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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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오는데 뭐... 어떠랴


BY 김효숙 2009-02-19

새벽에 나가야하는데 두리번 거리며 찾아도

좀 따스한 머플러가 눈에 보이질 않는다

서랍을 열어보니.. 나이롱에  머플러들이 보아주지 않는다고

맨날 투정거리더니 오늘 새벽엔 드디어  자기 차례가 왔다고

환하게 웃는다

내맘은.. 그냥 꿀꿀해지는데 말이다

난 바보인가보다

자기 목 추운것은 생각도 안하면서 그저 눈에 보이면

주고싶은 마음에 안달이 난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엊그제 지하철에서 전철을  갈아타려고 계단을 오르던 아줌마

짐봇따리 들어 드리고 내가 가는 방향 전철을 갈아타려다가

아줌마가 전화번호를 적으라고 하기에 네네 하고 대답만 했더니

아줌마는 섭섭했는지 처음보는 날 보구 다음차를 타라며

굳이 전화번호를 자꾸 적으라고 하였었다

그녀의 옷차림은 춥게 느껴질 만큼 얇게 입고 있었다

제주도는 따뜻하니까  서울도 그런 줄 알고 얇게 입고 왔노라 했다

내가 머풀러라도 했으면 벗어주고 싶을정도였다

 

아줌마는 천안행 전철로 올라서면서 다시 전화번호를 불렀다

그 맘이 고마워 핸폰에 입력을 하고 헤어졌다

나도 인천행 전철을 올라타고 가다가 생각해보니 그냥 미안한 생각이 들어

서울 길 잘 다녀가세요 하고 문자를 보냈다

고마워요 하고 문자가 왔다

그리고..하루가 지났는데 월요일 전화가 걸려왔다

제주도 내려가기 전에 점심식사라도 함께 하자고 하셨다

선뜻 내키지 않았지만 먼길 온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닌것 같아

나가겠노라 대답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대접을 받는다는 것도 부담스러워

집에 있는 고추가루 한근정도를 싸 가지고 땅콩도 한양재기

봉지에 담았다

아참 ! 엊그제 보니  옷도 얇게 입고 오셨는데 오늘은 무척 추운데 어쩌나

장롱을 열어 뭐 갖다 드릴 옷이라도 없나 찾아보니

마땅한 것이 없어 이쁜 머풀러 하나 찾아서 가지고 갔다

 

그런데 비로도로 된 코트를 입고 나왔다

아니. 추우실 것 같아 옷을 찾아봐도 마땅한것이 없어

내가 좋아하는 머플러를 가지고 왔는데요 하며 꺼냈더니

얼른 목에다 두르며 내가 머플러 안하고 온줄 어찌 알았냐며

좋아하셨다

옷을 어디서 났냐고 물었더니 평택에 서울오면  잠을 잘 집이 있댄다

그곳에도 살림이 있어서 옷도  있다고 했다

제법 비싼 값이 나가는 옷을 입은 그녀

평택에도 집이 있고 제주도에서는 감귤농장을 하며 리무진을 타고 다닌다는 그녀

난 귀한 머플러를 추울까 헤아리며 가지고 왔는데

사양하지도 않고 누가 금방이라도 뺏아갈까 하는 맘으로 받는 모습이

무척 욕심이 많아 보였다.

 

이그 바보퉁이.. 난 바보퉁이

가진것 하나  없으면서도 그저 다 갖다주는 바보퉁이

차라리 길에 추운 노숙자들에게 줄껄 하는 생각이 교차한다

하지만.. 그래

백마리 양을 기르는 목자가 99마리 양보다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아 헤매는

그 사랑을 본받자

아무리 부자라 할지라도 누가 주는 선물은 다 기쁘게 생각하니 말이다

사람에겐 주는 사랑보다 받는 사랑을 좋아하지

아이들도 어른들도 다 사랑받기 원하는게야

그저 주고 싶을 때...

춥다고 가엾게 느껴질 때 주고 싶은 그맘 하나로 족하자 그런 생각을 해야지..

 

맛난것 사준다는 말에 부담주기 싫어 그냥 칼국수 먹어요 했는데

아픈 아줌마는 식사도 많이 못하셔서 배가 고픈 나는 맘대로 먹을수도 없었다

 

칼국수를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눴다

아들 다섯에 막내인 아줌마

부모님과 오빠 다섯속에  온갖 사랑을 다 받고 자랑 하나뿐인 외동딸은

환경이 욕심을 만들어 주었고 환경이 모난 성격을 만들어 주었다고 고백했다

이제는 몸이 아파서 마음을 비울려고 하는데도 잘 안된다고 하였다

나보다 열살은 더 먹은 그 아줌마를 측은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면

내 마음이 편할것 같았다.

함께 하는 시간속에... 마음을 비우고 그저 한끼 식사라도 대접하려는

그맘이 고마워 다 잊기로 하였다

 

며칠이 지났다

새벽..  교회에 가려는데  창밖에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는걸 보니

추운가 보다..

옷속에 머플러 하나 해야지 하고 서랍을 열어보니 마땅한것이 없다

하나는.. 병원에서 만난 아줌마네 놀러가다가 하나 갖다 주었고

또 하나는.. 전철에서 만난 아줌마 주었으니 이제 이쁜게 없다

난 웃는다..

그냥 마음을 비우자

그래도 내가 남에게 줄것이있다는 것만도 감사하자

없으면 어떠랴..

이제 마음을 비우며 살아가는것도 부자이려니..

우리가 세상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주고 싶을 때 줄것이 없다고 생각해보자

얼마나 슬프랴..

그나마  그나마 줄것이 있음만도 감사하자

 

봄이 저만치 오는데  머플러 하나 없으면 어떠랴...

내 마음에 따스한 봄은 변함없이 찾아오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