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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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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사줄께 나올래요? 누구일까


BY 김효숙 2009-02-16

겨울이 다 가는 듯 싶더니 오늘 아침엔 무척 춥다

아침시간이 다 지나가고 점심이 다가 올  무렵

때르릉 한통에 전화가 걸려왔다

 

엊그제 중학 동창 딸아이 결혼식이 있어서 부천엘 가는 길이었는데

신길역에서 내려 1호선을 갈아 타려고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중간 쯤 육십 중반 쯤 된 아줌마가 양손에 짐을 들고 가다가

잠시 쉬고 있었다.

옆에 다가가 제가 들어 드릴께요 하며 얼른 짐을 받아 드렸다

그 아줌마는 순간 내가 수술을 했는데 이렇게 숨이 차서

가다가 쉬어서 간다오.. 한다

계단을 다 올라 나는 인천행을 타야했고

그 아줌마는 천안행을 타야 했다

 

인천행이 들어오기에 먼저 가겠다고 했더니 자기 전화번호를 적으랜다

내가 대답만 하니까 다음차로 가라며  못타게 하였다.

아줌마는 얼른 전화번호를 적으라며 자기가 제주도에서 올라 왔는데

참 고맙다며 언제 제주도에 한번 놀러오라고 하셨다.

 

전철을 타고 결혼식으로 가다가 생각하니 조금전 전화 번호를 적으라 해도

망설였던  부분이 너무 미안해 친구들 잘 만나고 가세요  하고 문자를 보냈다

이틀이 지난 .. 오늘이다

 

제주도에 내려가기 전에 꼭 점심 한번 사주고 싶다며 나오라고 하신다.

그분에 성의가 감사해 그러겠노라고 하고 누워있다가 후다닥 준비하고 나갔다.

그냥 얻어먹기도 부담스러워 고추가루 있는것 한근 쯤하고

엊그제 상주에 가서 땅콩 사 온것  한양재기 담았다

그리고.. 점심 먹고 후식으로 먹을 곶감 두개를 싸가지고 나갔다.

 

한시간 후 우린 만나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고기를 사준다 하기에 안좋아한다고 칼국수를 사 달라고 하였다

아줌마는 내게 주려고 제주도에서 무공해로 농사 지은 상추와 치커리를

한봉지 담아주신다. 나도 작은 선물을 전했다.

식사 후 곶감을 내 놓으니 내가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알았냐고 좋아하신다.

 

큰아들이 마흔살 되도록 장가를 못가 이제서야 색시감이 나타났는데

마포까지 와서 며느리 사주를 보러왔댄다

조금 있으닌 또 거기서 만난 좋은 아줌마들을 불렀다

그 아줌마는 네명을 다 칼국수를 사 주셨다.

그리고는 내 자랑을 하셨다

 

아 ! 이 여사님이 내가 계단을 오르는데 짐을 들어 주었다며

그 많은 사람들이 있어도 아무도 안들어 주는데 얼마나 고맙냐고 하시며

잘난 칼국수로 점심을 대접하는것이라며 이야기 하셨다

그리곤... 내가 추울것 같다며 머플러도 가지고 와서 내 목에 이렇게

걸어 주었다며 좋아하셨다

그날 내가 본 모습은 무척 추워보였다

제주도는 날씨가 따뜻해서 서울도 따뜻한줄 알고 오신것 같았다

작은 헤아림에 좋아하시는 아줌마를 보니 나도 기뻤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작은 관심은 아픈 이들에게 힘이 된다

그 아줌마는 2년전 간 이식을 했는데 많이 아파.. 살살다닌다고 하셨다

깐깐한 성격이었었는데 지금은 많이 변했다며 웃으셨다.

 

식사를 다 하고 둘이 함께 전철을 타고 동대문 운동장에서 헤어졌다

처음 본 인상과는 달리 참 이쁘고 고운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마음 따뜻한 만남이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가게 오픈하면 꼭 연락하라며 헤어졌다

돌아서 오는길... 기분이 좋다

아직 내게도 누구에겐가 나눠 줄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나는 부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