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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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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뿔도 없으면서....그저


BY 김효숙 2009-02-11

카나다에 살고 있는 친구가 한국에 나온지가 보름이 지난

오늘 저녁시간이 되어서야 만나게 되었다

친정 엄마가 이북이 고향이신지라 가자미 식혜가 드시고 싶다해서

담가놓았다. 시고모님께서 고성에 계셔서 가자미식혜를 먹을 기회가

몇번 있었는데 처음엔 이상하더니 지금은 뜨거운 밥만 보면

생각나는 반찬이 되었다.

식혜라 해서 물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카나다 친구랑 멜을 주고 받으며 가자미 식혜이야기를 했더니

함께 살고 계신 엄마가 고향 음식이라며 드시고 싶다고  하신다해서

고모님께  만드는 요령을 알아가지고 와서 엊저녁에 담가 놓았다.

 

조밥을 해서 식혀 놓았고 가자미는 꾸둑꾸둑하게 말려서 썰고

무우말랭이를 불려서 마늘이랑 가자미젖국을 넣고 소금도 조금 첨가해

만들었는데 그럴싸하게 맛이 나왔다.

 

친구 맘을 기쁘게 해줘야지 생각하며 봉지에다 공기가 안들어가게 꼭꼭 쌌다

사랑하는 친구를 위해 무엇을 준비한다는 것 또한 기쁜마음이다.

 

고추가루 말린것 두어근.. 지난 5월 강원도 정선에 가서 뜯어 말린 산나물

무우시레기 말린것  곶감 열개 엊그제 상주에 가서 뜯어 온 냉이와 씀바귀 나물

요것 조것 기쁨을 선사할 나물들과 다른 선물들이 가방속에서 어서가자

나에게 속삭이는것 같았다.

 

오늘따라 남편은 저녁을 먹고 온다고 해서 마음이 편하다

아파트 촌이라 딱히 둘이 만날 곳이 마땅치 않은터라...

재래시장 떡볶이 집에서 만나 오뎅국물과 튀김과 떡볶이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좁은 공간에 오래 있는것이 미안해 빵집엘 가 보니

둘이 앉을 만한 의자가 있어  커피를 시켜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큰 아들과 함께 미술학원에 다니며 같은 아파트에서 십여년간 함께 살던

엄마였는데 남편과의 힘든 관계로 친정엄마가 카나다로 이민을 데리고 갔다

하지만.. 그녀는 오랜 심적 스트레스로 인한 간경화를 안고 산다

그 병을 고치기에 카나다에서는  너무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하기 때문에

비행기를 타고서라도 한국에 와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친구이다

석달에 한번은 온다............

늘 불안한 가운데 이곳에 오지만 오랜기간을 있지 못하고 남편이 있는

중국에 가서 의무적으로 열흘은 있다가 와야한다

 

부부아닌 부부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이들까

아이들 등록금 문제로 맘에도 없는 남편 곁에 가서 왔소 갔소하고..

지내야하는 그녀가 가엾다

얼굴도 쬐고맣고 까만..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도 힘든 현실에 그녀가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서로가 마음을 열어 놓고 이야기 할수 있는 친구..

그래서 우리는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다

 

잠깐의 만남이 석달간에 허전함을 달래준다는 그녀

만나면 하하 호호.. 웃을수 있는 우리들의 짧은 만남속에

때르릉 걸려오는 그녀의 남편 전화

뭐해 ! 지금 누구랑 있어 !

삼십여년을 그렇게 살아 온 친구이다

사랑하기 보다는 그 남편은 의무처럼..

아니 좋게 말하면 관심이라고 해야할까

젊은 시절 함께 같은 아파트에서 지낼때는 몰랐다

늘상 만나면 ........오래 앉아 있지 못하고 허둥지둥 집으로 가야했던 그녀를

난 이해할수가 없었다

사십이 넘어서 온몸이 죽을것 처럼 아팠을때 드디어 그 자리를 박차고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엄마와 함께 서울 생활을 시작하던 그였다.

 

이제서야 마음을 연다

난 바보라고 말이다.

남편은 의처증이었다

아이들은 의무로 가르칠 뿐이고.. 아이들에겐 관심도 없고 오로지.. 아내뿐이라는데

도대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이다

 

명절을 지내러 중국엘 가면 손윗 시누이들은 올캐가 준비한 제사 음식은 다 제치고

자기들은 시댁도 안 가고... 친정 부모 제사지내러 중국엘 온댄다

카나다에서 힘들게 와서는 또 중국으로 준비해 가지고 간 음식은 천대 받으면서도

말한마디 못하고 사는 못난이 머저리.. 내 친구

그녀는 익숙해진 시댁의 모습에 멍하니 눈물만 흘릴 뿐이다

 

카나다에도 중국에도 한국에도 집 한칸 없이 고국이라고 나오면 오갈데 없는

친구를 생각하면 마음이 시리다

우리집에  오라해도 비좁아 맘이 편치 않은가 보다

그래도 우린 만나면 좋아서 깔깔대고 서로 마음을 풀어 웃는다

 

남편한테 열평짜리 원룸이라도 하나 얻어달라했더니 여기저기 있을 친구도 많으니

무슨 원룸이 필요하냐 한다니.................

오십 넘은 아저씨는 생각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마누라 어디 도망갈까  한국에 오면 이십분에 한번씩 전화를 하고

카나다에 있을땐 하루에 서너번은 전화를 건댄다

와아... 나 같으면 벌써 안살았을게다

착한건지 아닌건지 나두 모르겠다 정말...................

 

그래 그러고 살아라 하면서 또 웃었다

자신도 알수 없는 일이라고.. 그러면서도 또 나오구

비행기 값을 벌으려고 비디오가게를 운영하는 그녀는... 석달 일을 하고 나온다

 

남편한테 비행기 값이라도 달라하지 그랬더니 안준댄다

오십넘은  이런 바보같은 아줌마도 있다

둘이  앉아 마음을 달래도 딱히 해답이 없다

 

친구야 힘내라

행복은 만들어 가면서 사는거란다

아무리 부자라 할지라도 누리지 못하면 불행한 게야

절대로 용기 잃지 말고 기죽지 말거라

내 돈 많이 벌어 국민연금 많이 내서 나중에 연금 타면

둘이 할머니 되어 ... 연금 나눠서 쓰자 했더니  친구가 웃는다

 

오늘 밤은 국민학교 친한 친구에 또 친구가 부자로 살아.. 그곳에 짐을 풀어 놓아

그곳으로 간댄다

나에겐 항암작용을 한다는 식품을 구해와 전해주고 간다

나는  사랑에 선물보따리를 전했다

아주 작은 내 사랑에 마음이 담긴 나물보따리가 너를 따라가며 힘을 줄것이야 힘내라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로 향하는 택시를 태워 만원짜리 지폐 한장을 의자에 앉혀 보내며

돈 많이 벌어 네 용돈 내가 줄 날이 올거라고.. 힘주어 말해 놓고 돌아서서

내 자신에게 말한다

 

쥐뿔도 없으면서도 용기와 배짱은 두둑하다

 

그건 말이다.. 내겐 든든한 빽이 있거든 .. 하늘에 계신 그분......................

난 늘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마음은 부자.. 친구에게 나눠 줄 든든한 용기의 부자로

살아갈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