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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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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들려주는 귀한 선물


BY 김효숙 2009-01-18

국민학교 동창생 친구가  뇌졸증으로 쓰러져 내가 사는 동네
한방병원에 입원을 했다.
오늘은 시골에서 친구들이 온댄다
오후 시간 도착했다고 해서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 갔다
왼쪽이 마비된 친구가 많이 호전되고 있어서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친구 네명이 쪼르르 의자에 앉아
아픈 친구와 함께 웃으며 이야기를 한다
난 그 앞에 서서 친구 맘이 슬플까 농담을 했다
이쁘게 보일려고  모자도 썼네 
친구는 비시시 웃는다
며칠전만 해도 손가락 두개 까딱까딱 움직였는데
오늘은 식탁 위에 올려 놓고 자연스럽다

점심 시간이 지나 친구들이 배고플까
오늘은 내가 만두국을 사 줄께 하고 택시를 타고
아는 식당으로 갔다.
시골에서 내가 아플때도 달려 온 친구들
하나같이 모두 얌전하고 착하고 맘이 이쁜 친구들이다
오늘 따라 만두국이 먹고 싶다고 한 친구는 좋아했다
다 먹기도 전에 한 친구가 자기가 사야 한다고 돈을 내민다
난.. 우리 동네 왔으니 내가 내야한다고 실갱이를 했지만
주인은 카드 보다 현금을 내는 내 친구에 돈을 받아버렸다

힘든 나를 배려하는 친구에 맘이 고마웠다
하지만 꼭 내가 사고 싶었는데 그래.. 그럼 다음엔 꼭 내가 살께 하고
즐거운 맘으로 맛있게 먹었다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친구가 나에 대한 기억을 꺼내 놓는다
버스를 타지 않고 학교를 오가던 친구였는데
어느 날 십리길을  두 친구와 우리집에 왔는데
마루도 없고 양쪽에 방이 있었다고 기억을 한다
엄마는 장사를 나가고 안계셨는데 한참을 놀다가
어둑해 져서 집으로 가려면 한시간을 꼬마 걸음으로 걸어가야 했는데
내가 방으로 들어가는 벽에 걸린 얼레미속에서
1원짜리 두개를 꺼내 주더랜다
버스 타고 가라고 말이다

아마 그 돈은 엄마가 감추어 놓으신 돈이었던 것 같았다고 친구는 말했다
넌 어린 나이에 어쩜 그리도 맘이 이뻤냐고
어떻게 차비를 주고 버스를 타고 가라고 했느냐며
어릴 때 부터 맘이 이쁜 나였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난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했다
친구가 들려주는 어릴적에 내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뭉클했다
나를 기억해 주는 친구가 있어 오늘은 유난히 맘이 따뜻해져 온다
오늘은 열두살 어린 내 모습이 금방이라도 나타날 것 같은 설레임이 온다

친구가 들려주는  어릴적 내 모습은 아주 귀한 선물이 되었다
오늘 밤은 잠을 못 이루어도 행복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