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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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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웃었다


BY 김효숙 2008-12-17

혼자 집에 있는데 친구가 퍼머를 한다고 미용실로 오란다

창밖을 보니 겨울비가 소리없이 내린다

겨울은 오는데 겨울비가 내린다

난 비를 참 좋아한다

빗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친구가 얼른 나오라하는데 빗소리 들으며 피아노를 치고 싶다

피아노 앞에 앉아  사랑에 기쁨이란 노래도 연주해보구  찬송가도 쳐보았다

기분이 좋아진다

피아노를 잘치고 싶다. 학원에 가서 더 많이 배우고 싶다

늘 마음뿐 하나도 이루어지질 않는다

아직 늦은 나이가 아니니까 작은 내 꿈을 이룰수 있을 날이 오리라 생각하며

나름대로 왼손 반주도 넣어가며 음을 이어가는 솜씨가 기특하다

어릴적 예배당에 가면  풍금을 치던 선생님 뒤에서 난 물끄러미 풍금을 치던 선생님을 바라보곤 하였다

나도 풍금을 잘 치고싶은데 언제나 기회가 될까

예배가 끝나고 나면 난 호기심에 도레미도 쳐보고 삼화음도 넣어서 노래도 쳐보곤 하였다 언젠가 어른이 되면 배울 기회가 있겠지하고 맘속으로 꿈을 꾸곤하였다..  혼자 터득한 피아노 솜씨지만 여고시절 피아노를 많이 배우는 사람이 없던 시절.. 합창경연대회가 있었는데 연습하는 동안은 내가 단음이라도 칠수 있는 멋진 여고생이었다 하하

그리고 우리 아들 초등학교 때 어머니회에 갔는데 교장선생님이  회의에 들어오시기 전에 노래를 하자며 교감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풍금이 있었는데 누구 풍금 칠줄아는 사람있냐고 하시기에 뒤에 앉아 있던 나는 살며서 손을 들어 나가서 풍금을 쳤다

아주 쉬운 곡이었다.. 고향에 봄과 바위고개.... 악보도 없었지만  생각으로 잘 연주해가며 기쁨을 만끽하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어른이 되었어도 기회가 주어지질 않아  그토록 배우고 싶어하는 피아노도 칠수가 없다

그나마 알고 있는 반주법을 잊지않도록 혼자 있을때면 연습을 해본다

먼훗날 시골에 가서 살게되면 나혼자라도 아침에 일어나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연주하고 싶다 산속에 메아리치며 산새들과 합창을 하고 싶다

내가 할머니가 되어도 이만큼만 연주하면 멋진 할머니가 될테니까

나 혼자 웃어 본다..

 

에구머니 친구가 기다릴텐데.. 생각을 다 접고 얼른 밖으로 뛰어나갔다

비가 내린다

우산을 들고 보도블럭위로 사뿐사뿐 뛰었다

뛰면서 가사를 만들어 노래를 불렀다

명절에 엄마가 사다주신 꽃가신을 신고 뛰는것 처럼 구르듯 뛰었다

 

자작곡 노래이다

자유가 좋다

자유가 좋다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친구가 오라면 뛰어나오구..

비가 내리면 비를 맞을 수 있는 이런 자유가 있어 좋다

자유가 좋다 자유가 좋다..

웃으면서 노래하는 내모습에 내가 좋아 웃는다

보도블럭 사이로 이름모를 풀들이 봄비를 맞은것처럼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겨울이 올텐데.... 노래하는 나랑 화음이라도 맞추려나보다

바쁜중에도 쪼그리고  앉아 무슨 풀인가 바라본다

들풀도 내가 자유로움이 좋은가보다

내가 하하 웃는것이 좋은가 보다.. 랄랄라....

 

비가 내리는 겨울  친구 퍼머하는것 구경도 하고 둘이서 칼국수도 먹고

와아. 참 좋다.. 울 친구는 박사  마누라였는데 지금은 나랑 비슷한 처지이다

우린 둘이 웃는다

동갑내기 남편들 참 잘나갔었는데 ... 말없이 웃는다

친구 앞에서 난 재롱을 부린다

아까 여기 뛰어오면서 내가 자유가 좋다 자유가 좋아 하면서 뛰었다고

말했더니 친구가 웃는다

오랫만에 맘껏 둘이 웃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