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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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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친구야


BY 김효숙 2008-12-12

얼마전  미국에 사는 친구가 친정아버님이 위독하셔서 한국에 나왔다

살아계시기 전에 한번 더 뵈어야겠다고 다녀왔는데

 그 다음날  소천하셨다

친구는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고 입을 옷이 없어서

미국에 구제품 파는 옷가게 가서 검정 바지를 하나 샀다고 한다

윗옷은 돌아가신 엄마가 입으시던 밤색  무스탕 점퍼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와서

 내 장롱속을 찾아보았다

곤색 어여쁜 스웨터가 눈에 띈다

언젠가  이쁘고 얌전하기에 큰맘 먹고 사 두었던 마이 같은 스웨터이다

밑단에는 샤링이 되어 있어서 치마에 입으면 참 이쁜 옷이다

 

난  맨날 작업복을 입고 일하니까 입을 시간이 없었다

저녁에 집에 오면 걸려 있는 옷을 한번 입어보고 혼자 비시시 웃곤했다

따뜻한 봄날이 되면 치마랑 이쁘게 입고 교회에 가야지 했던 옷이었다

그런데 그 옷이 눈에 띈다

내 친구에게 주면 더 이쁘게 입을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왕이면 한번도 안 입은 옷을 주고 싶었다

 

부지런히 준비하고 옷을챙겼다

쇼핑백에 옷을 넣으려다 한번 더 꺼내서 바라본다

에구.. 참 이쁜데 조금은 아쉬운 생각이 나의 맘을 꼬득인다

그래... 나의 사랑하는 친구에게 주자

망설임은 나를 욕심에 도가니로 가버리게 할테니까

얼른 봉지속으로  쑤욱 넣고  나갔다

 

친구는 아버지를 보내드린다

오늘 친구는 얼마나 맘이 슬플까

장지에 다다르니 엊그제 친구가 추울까 내 코트를 벗어주고

난 친구가 입던 밤색 무스탕 점퍼를 입고 왔는데

까만 내 코트를 입고 서 있는 친구 모습이 참 이쁘고 곱다

옷은 날개인가보다

모두 검정 옷들을 입고 있는데 예의 없게 밤색 점퍼를 입은 내모습이

조금은 사람들 앞에  부끄러웠다

하지만 친구가 대신 따뜻하고 곱게 입고 있으니 어떠랴

화장을 하는 시간이 길어서  같은 공원묘지에 계신 엄마한테 갔다

양지바른 곳에 누워계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피치 못할 사정에 한줌에 재로 함께 모두 안치된 그곳으로 갔다

꽃도 준비할 수가 없어 단풍잎 하나 주워서 엄마한테 드렸다

울엄마는 꽃을 참 좋아하셨다

엄마 ! 꽃이 없어서  단풍잎 하나 들고 왔어요

오늘 내 사랑하는 친구 현숙이 아버지도 이곳에 오셨거든요.. 하고

기도하고 엄마아 ! 한번 불러보고 울어보고 내려왔다

친구는 나도 함께 갈걸 그랬다고 말하지만 친구앞에서 울기 싫어

혼자 다녀왔다

 

그렇게

아버님을 보내드리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코트를 바꿔입었다

사람들 앞에서  친구랑 갈아 입었는데

이쁜 마음을 들킨것 같아 한편으로는  부끄러우면서도

자랑스러웠다.

남이 보든지 말든지 나를 돌아보며 친구를 헤아릴수 있는 마음이

슬픔을 당한 친구와 나눌수 있어 가슴이 따뜻해져 온다

누군가에게 주고 싶을때 아낌 없이 줄수 있는 사람으로

날마다 변하여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