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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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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속엔 그리움이 있었네


BY 김효숙 2008-03-20

시장에서 냉이를 사왔다

그런데 별로 반갑지 않다

손님들에겐 맛잇는 요리를 해 줄수 있어 좋지만

두관이나 되는 많은  냉이를 다듬을 생각을 하니

맘속으로는 너무 싫었다

참나물을  혼자서 두박스를 다듬고

열무 여덟단을 혼자서 다듬어 놓은 상태라 더욱 하기가 싫었다

하지만 어쩌랴

아줌마들은 나름대로 일하느라 바쁘고

나물 다듬는것은 모두 내차지이니.. 어쩌랴

그래 웃으면서 하자

즐거운 맘으로 하자

그래야 냉이 나물도 맛이있게 되겠지

 

난 혼자 주방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나물을 다듬기 시작했다

처음엔 냉이와 친구하며 열심히 다듬었다

포실포실한 냉이가 아니라 봉지속에 서로 부등켜 안고 몇날을 있었을까

뜨근뜨근하다..냉이 잎들이 더위에 지쳐 널부러져 있다

 

그 향기로운 냉이 냄새가 나지를 않고 물로 씻어 담았는지

향기가 다 날아가버렸다..

봉지속에서 냉이가 무척 더웠는지 땀에 지쳐있는 모습이다..

하나 둘 씩 다듬다 보니 다리가 아파온다.

쪼그리고 앉아 다듬다보면 다리를 펼수 없을정도로 아파온다

처음에 냉이를 다듬을 때는 즐거운 마음으로 하다가

여기저기 아파오면

냉이가 미워진다.

 

엊그제 주일날도 교회 다녀와

산밑 양지바른 곳에 가서 한주먹 냉이를 캐며

봄앓이 병을 씻은듯 나은것 같아 좋아했는데..

이처럼 많은 냉이를 다듬다 보니  봄맞이 냉이도

그리움에 냉이도 미워졌다

 

하지만 누가 다듬으랴..

다리를 펴고 즐거운 마음을 가져 본다

어깨를 펴고  냉이에 그리운 마음을 가져본다

꽃이 피려는 커다란 냉이도 있다

뿌리가 튼실하고 길게 쭉 자란 냉이도 있다

잎만 무성한 초록색 냉이는 맛이 없다

약간 붉으스레하고 잎이 잔잔하고 뿌리가 긴 냉이가 가장 맛이 있는 냉이다

누가 가르쳐 준것도 아닌데 난 맛있는 냉이를 분별할줄 안다

어려서 부터 냉이를 잘 캐서 그럴까 혼자 웃어보았다..

 

꽃이 피려는 냉이는 가파른 언덕에서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않아

커다랗게 자랐나보다.

잎이 여린 냉이는 아마도 보리밭에 숨어서 자랐을게야

빨간 이쁜 냉이는 모레가  많은 곳에서 잘도 자랐네

냉이를 보면 어느곳에서 살다 왔는지 나는 다 안다

냉이를 바라보면 그리움이 숨어있다

 

어릴적 봄이오면 제일 먼저 치마를 꺼내 입던 아이

어릴적 봄이오면 제일 먼저  호미 하나들고 들로 나물을 하러 가던 아이

냉이가  많이 있는곳이 어디인지 기억속에 숨겨 두었다 해마다 봄이면

그곳에 가서 나물을 가장 많이 했던 아이였다 .

보라색 씀바귀는 양지바른 곳에 보라색 얼굴을 하고 삐쭉 내밀었는데

가만히 바라보면 그 주위엔 씀바귀 가족들이 무리지어 살고 있기도 했다.

달레는 풀속에 풀잎과 보일락 말락 우리들의 눈을 어지럽게 해서

가만히 바라보면 풀잎과 다른 달레의 둥근 모양이 눈에 들어와

우리들 마음을 신나게 했었다.

 

하하

난 냉이를 다듬으며 냉이들의 고향을  생각하며 지루한줄 모르게 다듬었다

어휴  한봉지 다 듬었네........

날마다 저녁이면 찾아오던 내 친구도 오늘은 왜 안올까

얼른 와서 나랑 냉이좀 다듬으면 좋을텐데..

한참을 지났나 친구가 왔다

맘속으로는 옳지구나 생각했다

친구는 얼른 들어와 냉이를 다듬는데 그 친구는 달레를 냉이냐고 묻는

시골이 고향인  여고동창생이다.

오늘은 냉이를 보구 무슨 나물이냐고 할까 맘속으로 궁굼했지만

지난번 가르쳐 주었더니 기억을 했네..

친구가 냉이를 다듬어 주려고 앉았다

총각무우를 다듬듯 냉이 뿌리를 칼로 긁는다.

그래서 또 한번 웃었다  그 순간 힘든 맘이 사라진다

친구야..

잎쪽으로 누런잎만 훌터 버려.. 하고 시범을 보였다

친구와 둘이 나머지 냉이를 다듬었다

두시간 남짓.. 어휴.....다 다듬었네...

 

지루한 두시간  냉이를 다듬으며  봄나들이 다녀온것 같아

참 좋다.

냉이가  자라던 곳이 어딘가 눈 감고

내 고향 마을로 잠시 달려갔다오니  힘든 맘도 다 사라져 갔다.

 

오늘도  일상속에서 작은 행복을 만들었으니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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