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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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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각나들이


BY 김효숙 2007-10-03

혼자 사는 동생을 늘 가슴속에 어머니의 사랑으로

생각만 할 뿐 자주 찾아가지도 못하고 사는 언니

추석엔 응급실에 실려가는 아픔때문에 어떻게 추석을 보냈을까

송편이나 먹었을까 생각만 했는데

그냥 지나치기엔 맘 한구석 쓸쓸함이 엄습해 온다

주일 오후 아침겸 점심을 먹은 후

반찬 몇가지하고 사골 그리고 사과 몇개 들고 동생집으로 향했다

집에서  가게까지만 왔다갔다 하는 운전실력인데

외곽을 운전한다는것이 두렵기도 하였다

길을 알지만 누가 끼어들기라도 하면 어쩌나

빨리 안간다고 뒤에서  빵빵 거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앞섰지만

맘속으로 기도하고 드디어 출발

가을 하늘이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것 같다

비를 좋아하는 내가 외출을 하니 비쟁이님이 날 반겨주나보다

난 비를 좋아한다

봄비도 여름 장마비도 가을비도.. 비를 좋아한다

한두방울씩 차창가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감상하며  미사리길을 달렸다

추석 연휴가 끝나서인지 길이 한가했다

모처럼 외출하는 나를 위해 모두 잠들어 있는것만 같았다.

삼십여분을 달렸다 한강을  끼고 미사리를 지나 팔당을 지나 양수리로 향했다

넓게 트인 도로를 호젓이 달리는 기분 저만치 양수리 강가에 엄마랑 보트다던 생각이 나

스치는 강가를 바라보니 하얀 물결이는 강가에 엄마가 웃고계신것만 같았다

 

엄마 ! 이 딸이 많이 컸지요 이제 동생집에도 혼자 운전하고 가는것 보아요

난 맘속으로 엄마하고 말했다.

어느새 다다른 동생집앞 언덕위에 예쁜 집이다

하얀 철망으로 된 대문이 굳게 잠겨 있어 깜짝 놀랐지만 차가 있는것을 보니 집에 있나보다

덜컥거리는 문소리에 동생이 문을 열고 반겨준다

마당엔  금방 밭을 매고 들어갔는지 허브향이 하늘을 향해 내뿜는다.

고추며 피망이며. 모든 채소들이 웃는다.

나도 너무 좋아 덩달아 웃는다.

보따리를 거실에 들여놓고 뒷곁에 가 보았더니 대추나무에 빨갛게 익어가는 대추가

먹음직스러워 두어개 따 먹었다.

뒷밭엔   김장 배추들이 곱게 자라가고 있다.

집 둘레를 한바퀴 돌아 마당에 와서 하나씩 채소들하고 눈인사를 했다

머위대 호박넝클 허브 피망 고추...콩 몇그루가  파란 열매를 맺었다

농사도 지을줄 모르는 동생은 어느새  어설픈 농사꾼으로 변해가는것 같아

내심 기특한 동생이 이뻐서 혼자 비시시 웃었다.

 

동생은 내일 기업체 연수때문에 준비해야할 일들이 많다며

언니 ! 뒷동산에 가서 밤주으라고 한다.

벌레 물릴까 긴 옷을 입혀주며 커다란 봉지며 작대기 하나..

난 뒷동산을 올랐다

와아 ! 알밤 알밤

우리 동네 뒷동산에서는 눈씻고 찾아보아도 한주먹 주울까 말까인데

이건 정말 밤밭이다

주워가는이도 없나보다.

하나둘 하나둘.. 밤을 주으며 혼자 웃는다

여기저기 떨어진 알밤들은 낙엽속으로  나뭇가지 밑으로 딩군다

얼굴을 내밀지 않아도 난 찾지 않는다

혼자 줍기엔 너무 많은 알밤들이었기때문이다.

하나만 하나만.. 와아 어느새 한말은 주웠나보다.

그냥 지나칠려고 하면 알밤들은 서로 글속에 주인공들이 되고 싶은지

나두요 나두요.. 하고 외치는것만 같았다

 

그래 그래. 너도 주울께 너도 너도.

난 혼잣말로 밤들하고 이야기하며 웃었다

 

어느새 가득해진 알밤속에서 난 행복해 웃고 있었다

삼십분이면 달려올 가까운 동생집

모처럼 찾아온 나를 반기며 웃어주는 알밤들을 한자루 안고 내려왔다

동생은 깔깔대고 웃는다

울언니 행복잔치에 초대받았네.

 

밥만 해놓고 기다리는 동생집에 와서 얼른 된장찌개를 끓여 간단하게 먹고

동생과 헤어졌다

언니 ! 행복해야해 난 언니만 보면 눈물이 난다 하며 어깨뒤로 던지는 말에

나도 눈물이 났지만 들키지 않으려고 뒤돌아서서 손을 흔들고

길이 어둘까 걱정되어 얼른 서울로 향했다

캄캄한 길 어떻게 가나 한번 왔다가 간 길이니 자신있게 가자구나

부우웅....

가는길이 걱정되는지 동생이 전화를 했지만 난 받을수가 없었다

길이 막히지  않아  빨리 올수가 있었다.

집에 오기전에 옛날 알밤 얻어먹던 이웃에게 밤 한바가지 나눠주고

친한 교회 친구에게 한바가지 나눠주고 돌아왔다.

 

알밤을 까서 그이에게 몇톨 주었다  피익 웃는다

알밤을 쪄서 접시에 담아 그이에게 주었다 피익 웃는다

 

난 앉아서 따근한 알밤을 까서 봉지에 담았다

맘속으로는 더 나눠주고 싶었지만 다리도 아프고 옛다 모르겠다

오늘은 힘들게 주워온 밤이니 욕심을 부려 힘들어도 까서 냉장고에 넣어두어야지

속으로 웃었다

욕심을 부린다는것이 참 힘들구나

더 나눠주어야할텐데..

 

쪼각외출로 짧은 가을여행을 했다 생각하니 맘이 참 좋다

먼길을 가지 않아도 그냥 좋다

눈감고 잠을 자려니 세상에 하나뿐인 내 동생 얼굴이 생각나 눈물이 난다

잘해주어야할텐데....내 사랑하는 동생 현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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