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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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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장


BY 김효숙 2007-09-06

마당 장독대 돌틈 사이로 실눈을 하고 피어나는 채송화

아기처럼 응석부리며 아침 햇살에 부시시 눈을 뜬다

봉숭화는  그 옆에서 우뚝 자리 잡고   붉은  빛을 띠고 피어났다

친구들과 땅 다 먹기가 생각난다

동네에서 제일 큰 마당에  큰 원을 그리고 각자 한모퉁이에 자기 집을

그리고  기왓짱 깨진 것을.. 잘라 손으로 뿅하고 치면 저만치..

세번을 자누어 자기 땅을 만들어 자기 집으로  만든 칸 안에

들어 오는 것이다.

줄 지어 놓은  금에 걸리면 그 땅은 자기 것이 될수가 없었다.

남자 애들은 찜뽕 놀이라 하여 막대기로 공을 쳐서 하는 놀이를 한다

지금 생각하면 야구놀이였던 것 같다.

 

우리집엔 돼지가 두마리있었는데

비가 내려도 우리들은 들에 나가 돼지 풀을 뜯어 준다.

돼지우리에 돼지가 자구만 머리를 박으면 흔들흔들 쏙 빠진다.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 보면 동네 할아버지가 돼지 나왔다고

얼른 잡아 넣으라고 호통을 치면

오빠는 나 보구.. 하라고 찜뽕 놀이만 하였다.

어린나는 부지깽이를 들고 돼지를 쫓아 다니지만..

남이 갈아 놓은 김장 밭을

한 바탕 돌고서야 잡아 넣을  수 있었다.

그땐 왜  돼지가 나오면 싫었는지....

마음이 착한 나는 오빠 말을 잘 들었던 것 같다.

 

 

비 포장도로를 따라 십리길을 걸어 가는 날이면

아카시아 종류의 나무가 있는데

그 나무를 자르면 하얀 빨강 진이 나온다.

우리들은 그 진을 손톱에 바르기도 하였다.

 

싱아 꺾어  먹기.. 

찔레 따먹기..

칡뿌리 캐 먹기..산머루 따 먹기.

올망댕이 주워 먹기 ( 봄이면  갈아 놓은 논에 하얗게 박혀 있는 올망댕이 맛은

달콤했다 꼭 콩장처럼 생겼다 ) 마른 논을 찾아 다니며 아이들과

서로 누가  많이 주웠나 자랑도 하였다..)

한 주먹 주워서 흐르는 시냇물가에

씻어서 하늘 한번 바라보며. 하하. 웃었다

맛이 있어서..

 

모닥불이 피어 오르는. 여름밤

멍석을 깔고 이웃집 식구들과 모두 나와 앉아서

어른 들은 하루종일 있었던 밭갈이 이야기며. 

일처에서 일어났던 품앗이 이갸기며..누구 연애한다는 이야기며..)

엄마 무릅을  베고 누워 있으면

밤하늘 별이 얼마나 초롱초롱한지

북두칠성도 찾아 보구.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며

난 먼 훗날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다.

 

멍석 옆에 피워 놓은 쑥불( 모기를 쫓느라 피워 농은 불 ) 에서는

쑥 연기가하얗게 하늘로 올라갔다.. 

자정이 넘어서야 촉촉한 이슬이 내려

서로 집으로 돌아가곤 하기도 했다.

 

어떤  날은 친구가 자기 집에 모기장으로 놀러 가자고 하면

신이 나서 모기장으로 가서 친구와 함게 좋아라 웃던 일.

우리 집엔 모기장을 창호지 문을 뜯고 발라 놓았기 때문에

난 모기장 속에서 잠 자는게 소원이었었다.

모기장 속에 있으면 온 세상이 다 행복했다

모기장 속에 있으면 그 집이 또 하나 집이라는 기분이 들어

얼마나 신이 났던지...

내가 어른이 되어 아이들과 맞는 여름 날이면 그 때가 생각나

모기장을  쳐 놓고 그 속에 들어가 잠을 자기도 하였다.

 

모기장 속이 행복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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