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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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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한알 입에 넣다가


BY 김효숙 2007-07-30

친구 딸 결혼식이 있어서 친구를 만나 함께 갔다

전철안에서 친구는 가방속에서  찐 옥수수 하나를 비닐봉지에서 꺼냈다.

시골에 사는 동생이 누나에게 보내준 옥수수란다.

친구는 내생각이나서 옥수수를 쪄서 가지고왔댄다.

그말을 들으니 눈물이 왈칵 솟구친다

세상에 누군가 기억해줄수 있다는 그맘

세상에 누군가 헤아려줄수 있다는 그맘

세상에 누군가 옥수수하나라도 줄수 있다는 그맘

그맘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가

 

옥수수 한알 떼어 입에넣다가 목이 메어온다.

그동생 참 보구싶네.. 어쩌면 누나를 그리생각하니

그맘이 참 이쁘구나.. 또한 친구도 시골스런 나를 생각해

옥수수하나 쪄서 비닐봉지에 담아 가지고 왔으니 나도 행복하네..

 

친구는 전철 안에서 어서 먹으라고한다

이쁘게 정장차림을 하고 어떻게 먹냐고하니까

괜찮으니 어서 먹으라고한다..

몇년전만해도. 가끔씩 전철을 타면 나이먹은 아줌마들이

옥수수를 비닐봉지에 싸서 친구들과 먹는것을 보면서

참 보기가 안좋구나 생각했는데

내가 어느새 그런 사람이 되어가네. 하하 웃었다

친구에 정성에 난  몇알 떼어먹으면서 그때가 생각나서 웃었다.

나도 아줌마가 다 되어가네..

친구가 옆에 있으니 조금은 창피하지만 그 사랑에 몇알 따서 먹었다.

 

어릴적 한여름이면 텃밭에 심어놓은 옥수수를 따서

알알이 영근 옥수수를 단호박과 함께쪄서 커다란 소쿠리에

건져 식으리고 놓으면 그게 얼른 먹고싶어. 젓가락에 끼워 먹던 생각이난다.

하모니카를 불면서 먹었으니.. 누가 더 먹을까.. 내기라도 하면..

왜 그리 맛있었는지 모른다.

다 먹은 옥수수는 말려서 막대기를 끼어 등긁이로 쓰이곤 했었던 기억이난다.

 

옥수수 술이 빨개면 덜 영근 옥수수이고

옥수수 술이 하얗게되면 다 영근 옥수수였다

우리들은 옥수수를 따면서 잘 영글었을까 하는 설레임으로

옥수수 잎을 벗겨내곤 했었다.

한여름 우리들의 간식거리였던 옥수수..

생각만해도 추억이 영글어간다.

 

옥수수가 많은 집은 영근 옥수수를 말려두었다가

명절이 가까워오면 동네마다 강냉이아저씨가 어느집 마당에

자리를 하고 얼굴이 까맣게 그을러가면서  쌀강냉이며

콩강냉이. 옥수수 강냉이를 튀겼다.

한바퀴 두바퀴 돌리다 뻥 ! 하고 소리지를때면

우리들은 저만치 달아가 귀를 막고 어서 뻥소리가 지나기를

기다리곤 했었다.

하이얀 수증기와 함께 하얗게 부풀어나온 강냉이들은

세상구경을 나온 하얀눈처럼 참 예뻤다.

쌀강냉이속에 손을 넣으면 따뜻하니.. 구수한 냄새가 났고

옥수수 강냉이속에  손을 넣으면 거칠게 만져지는 껍질을 입에다 넣으면

달달하니 맛이 있었다.

콩은 튀겨서 엿을고아. 콩범벅을 했었는데. 얼마나 맛이 있었던지 모른다.

 

시골아이들이 명절이면 즐겨먹던 강냉이. 옥수수. 강냉이 죽.... 강냉이빵..

생각만해도 자꾸 먹고싶은 간식거리다..

 

전철을 타고가는동안.. 내내 추억속에 잠겨 .. 행복해 했다..

 

이 세상 살아가면서 내게 추억여행을 할수 있는것들로

행복하게 해주는 친구가 있어 참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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