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 들어가 엊저녁 절여 놓은 얼갈이를 씻었다
어제 다듬을 때 달팽이를 보구
하나씩 조심스럽게 골라 뒷뜰 꽃밭에 놓아 주었는데
절인 배추를 씻다 보니 죽은 달팽이가 하나 둘 씩 나온다.
가슴이 아팠다 ..
밤새도록 소금에 얼마나 아팠을까
아줌마는 날 사랑한다면서 내 친구들을 다 죽여 버렸다고
꽃밭에 있는 달팽이들은 날 쳐다보지 않을텐데..
하나 씩 잎사귀 뒤에 숨어 있던 달팽이들은 내 부주의로
흐느적 거리며 물위로 떠 오른다.
" 미안해 " 다음엔 꼭 더 자세히 살펴볼께
그렇게 다짐을 했다..
물속에 떠 다니는 달팽이를 가여워 하면서
혹시나 배추 속에 들어가
손님들에게 발견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열심히 골라 내고 있었다.
난 착한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또. 손님들에게 야단맞을까
두갈레의 마음을 갖고 골라내고 있으니 말이다. 달팽아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