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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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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아침에


BY 김효숙 2006-10-30

아침에 일어나니 저 먼 기억 속으로 달려가 보고 싶다

아침이면 풀벌레 소리가 뚜르르. 날 부르는 아침

밤새 윙윙 바람소리가 창호지 문가로 찾아와 알려주는 밤이면

아득한 저 새작갓이란 산에 밤나무 들이 모여 있는 비탈도 아닌

파란 들판처럼 잔잔한 곳엔 지금쯤 밤이 후두둑 떨어졌을 텐데.

어린 우리들이 넘어져도 푹석 엄마 품처럼 안겨주는

아기처럼 여린 풀들이 우릴 안아주는 그런 밤나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은 생각
이 잠못 이루게 한다.

아 !

왜 이밤이 빨리 안 갈까

따가운 가시 속 자기 집이 좋다고 꼭꼭 숨어 있다가

아니야

시골 꼬마들  좋아하는 모습 보아야지 하고

날마다 크게 입을 벌려 가을 햇볕 사랑 받고서는

와아 ! 하늘 향해 드디어 밤송이 입이 딱 벌어졌네..



근데 왜 안 떨어지는거야

알밤은 활짝 웃는 얼굴로 땅아래에서 기다리는 아이들을 바라 본 답니다.

그렇게 몇 날을 기다리던 알밤

파란 하늘이 데려 갈까

따스한 햇님이 데려 갈까

하늘 나라 데려 다 잔뜩 모았다가 착한 일 하는 어린이에게 던져 줄까

그리 생각하다 보니 알밤이 너무 추워  너무 뜨겁다고 울면 어떡하지?



파란 하늘도  따가운 햇님도 모두 포기를 했는지

밤새.. 바람을 불게하더니 드디어

콩 콩 !  떨어졌을텐데

밤새도록  알밤 줍는 생각이  잠을 설치게 하지만

꿈속에서도 알밤은 친구가 되어  신나게 했습니다.

얼만큼 잠을 잤을까



꼬꼬댁  닭이 새벽을 알리는 소리

꼬끼오 !

아  ! 드디어 아침이다.

창호지 문으로 동쪽에서는  아침 햇살이  떠올라 뿌연  안개 속으로

달려 와 우리들을 깨웁니다.

순덕아 ! 빨리 일어나 빨리..

저 새작갓에 밤 주우러 가야지

추자네 애들이 다 줍겠다 하면 동생은 응 ? 하고 얼른 일어 납니다.

빨리빨리 옷입어.. 우린 추석 밑에 엄마가 사 주신 고리땡 바지를 입고

오빠가 입던 주머니가 많은 헌 교복을 입고 산속으로 달려 갑니다.



산 입구에 이르면 꿈에 궁전처럼  고요합니다.

밤새 소리없이 내린 이슬이 알밤을 줍겠다는 아이들의 무차별 공격에

뚝뚝 눈물을 흘립니다.

달려 온 신나는 기분과는 달리 선뜻 산속으로 들어서지 못하는 마음은

그 산에는  
호랑이도 있다고 했구
살쾡이도 있다고 했구
토끼도 있다고 했습니다.
어려서는 그런 동물들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빨리 가자 언니 ! 응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습니다.

한 발자욱 씩 산속으로 들어 가면 차가운 이슬도 고요한 적막도 차츰

우리 맘 속에서 따뜻 해 지고 저만치  하나 둘 씩 보이는 누런 알밤이

빨리 달려오라며 우리들 가슴을 씩씩하게 만들어 버린답니다.



와아 !  밤이다 풀속에 숨어숨어  술레잡기하는 우리들을 바라 보는

알밤들의 웃음소리는 온 산에 메아리칩니다.



언니 여기 여기. 많다

응 여기도 많네...

밤새 떨어지지 않으려고 바람과 싸운 알밤은

아 ! 내가 잘 떨어졌다 하고 딩구르 딩구르 웃고 있었습니다.

욕 잘하고 맘 나쁜 아이에게는 내가 안 보여야지 하고 꼭꼭 숨은것 같이 말입니다.

착한 엄마를 닮은 우리들은 동네 사람들도 약국집 딸이라면 모두 이뻐하셨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한의사이셨는데 그 고을에서는 아픈 사람들을 많이 고쳐 주셨다고 했습니다.

얌전하고 착하고 예의 바르다며 예뻐하셨습니다.

우리들은 자칭 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알밤도 많이 많이 보여질거라

생각했습니다.



하나 둘 주머니 가득 줍고나니 넣을 때가 없습니다.

윗도리를 허리 춤에 꼭 잡아 매고 가슴 안으로 밤을 넣었습니다.

홀쭉하던 배는 이만큼 배가 불러 왔습니다.



앞 짱구 뒷 짱구 되어 산을 내려오는 마음은  세상을 다 얻은 것 처럼

기뻤습니다. 알밤 뾰족한 입들이 여린 살을 찔러대도

얼마 있으면 운동회 때 알밤을 쪄서 가지고 갈 생각을 하니

따가움도 다 잊어 버렸습니다.

장독대 항아리에 하나둘씩 알밤이 가득 찰 생각을 하니 기뻤습니다.



저 멀리  엄마가 부르십니다.

효숙아 ! 얼른 내려 오너라 학교 가야지..

네에.. 풀섭에 이슬들이 미끄럽지 않게 해 주려고 이슬들을

햇볕으로 다 떨어내느라 바쁩니다.

고맙다 고마워..

엄마가 부르시는 그 음성..

지금   이순간 엄마가 보고싶어 눈물이 납니다.

그리운 엄마가 보고 싶어 눈물이 납니다.



추억속으로 달려간

이 가을 아침 사랑하는 엄마가 너무나 보고싶습니다.

남편은 깨지 않아 다행이 실컷 울어보지만 쏟아지는 눈물을 담아 낼

위로의 그릇이 없습니다.



그리운 추억은  가슴에 남아 있는 엄마에  그리움을 퍼 내는가 봅니다.

이 가을아침 .. 눈물 속에 행복한 아침을 열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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