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서울로 유학 보낸 필부다.
공부를 잘 한 때문으로 속칭 sky대학으로
회자되는 s대학에 다니고 있어
딸을 떠올리자면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그렇지만 현실에 입각하여 녀석을 생각하자면
금세 어떤 죄책감이 발목을 잡는다.
나처럼 빈궁한 서민의 입장에서 대학의 기숙사처럼
안심되고 저렴한 곳은 다시없다.
그렇지만 서울의 대학들은 지방학생을
모두 수용하지 못 하고 있음이 현실이다.
작년엔 1학년이었기에 딸이 요행히
대학의 기숙사에 입사(入舍)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 2월엔 금년 신입생들이 우선 순위인 까닭으로
그만 랜덤순위에서 밀려 기숙사를 나와야 했다.
고육지책으로 학교 근처에 방을 얻어 주었는데
작년보다 갑절은 더 돈이 들어가는 형국이다.
아무튼 아내가 두 달에 한 번 꼴로 상경하여
녀석의 바라지를 해 주고는 있다.
하지만 정작 아비란 작자인 나는 단 한 번도
녀석이 기거하고 있는 방을 찾아보질 못 했기에
마음이 천근처럼 무거운 것이다.
사는 게 뭔지 여하간 올해 들어
더욱 가속화된 경제난은 사랑하는 딸에게도
가지 못 하는 각박한 현실이 되었다.
오늘 아침에 출근하는데
아내가 딸의 한약을 지어오랬다.
엊저녁 지인과의 과음으로 인해 일찍 잠이 든 바람에
딸과 아내의 통화내용을 듣지 못 한 터였다.
딸은 아내와의 통화 중에 요즘 소화가 안 되고
잘 체하는 외에도 매사 의욕도 안 난다고 했단다.
그같은 내용을 전해들으니 더욱 마음이 아팠다.
딸이 지난 고 3 수험생이었던 시절
대놓고 한약을 지어먹었던 단골한의원을 오후에 들렀다.
딸의 처방 차트가 있었으므로
원장님은 별 말씀도 없이 잘 지어주겠노라고 하셨다.
이어서 원장님께선
“따님은 여전히 공부 잘 하지요?”라고 물으셨다.
순간 왜 안 물어보나 싶어 내 입은 금세
물 만난 고기인 양 방정맞아졌다.
“그럼요~ 이번 2학기에도 장학금을 받았는 걸요!”
그 한의원에서 지어준 총명탕 등을 먹은
덕분에 딸이 좋은 대학에 갔음을
상기하면서 밖으로 나왔다.
오늘 지은 딸의 한약은 내일 나온댔다.
그럼 그 한약을 택배로 딸에게 보내주려 한다.
그리운 딸의 얼굴도 볼 겸 한약을 직접 들고
상경한다면 동가홍상이리라.
하지만 요즘 내가 하고 생업이
영 그렇게 지지부진의 늪인지라
마음과는 달리 상경한다는 게 쉽지 않음에
택배를 이용코자 하는 것이다.
아무튼 딸은 지금껏 씩씩하게 잘 해 왔으니
오늘 지은 한약을 먹으면
다시금 건강해지리란 생각이다.
보고싶은 내 딸아~
너에게 한 번도 찾아가지 못 한
이 야속한 아비를 용서하려무나.
하지만 아빠의 하는 생업이 잘 되어
지금보다 형편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반드시 너에게로 달려가마.
그때까지 제 때 시간 맞춰 밥 잘 먹고
건강관리에도 유념하렴.
사랑한다. 그리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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