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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4대 미녀가 있다면 우리집엔


BY 휘발유 2006-10-29

                                   


처 이모님께서 지난주 월요일에 중국여행을 가셨습니다.
처 이모님께선 장모님의 동생분이신데
평소 장모님보다 더 우리를 가깝게 대해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어젯밤에는 처 이모님댁으로 전화를 드렸지요.
"중국은 잘 다녀오셨어요?"
이어 기름기 많은 중국음식은
입에 잘 맞았는지의 여부도 여쭈었습니다.

그러자 처 이모님께서는 마침 전화를 잘 했다며
그러잖아도 술을 좋아하는 저를 생각하여
중국산 술, 소위 '배갈'(고량주)를 몇 병 사오셨다면서
일간 들르라는 것이었습니다.

통화를 마치자 곁에 있던 아내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물었습니다.
"당신도 작년에 중국에 갔다왔잖아?..."
"그랬지, 근데 뭘 물어보려고?"

그러자 아내는 듣자니 중국엔 전설적인 '4대 미녀'가 있다는데
그게 누구냐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가만있자... 그럼 잠깐 기다려 봐."

저는 얼른 컴퓨터를 부팅하여 검색을 통해
<중국의 4대 미녀>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곤 저도 역사에 대한 지식을 쌓을 겸 하여
아예 프린팅을 하여 아내에게 주었지요.

참고로 중국의 4대 미녀로 회자되는 인물로는
우선 '서시'(西施)라는 여인이 있다고 합니다.
중국 춘추시대 월국(越國)의 미녀였다는
서시는 어찌나 절세가인이었던지
당시 서시가 살던 지방의 여자들은 무엇이든
서시의 흉내를 내면 아름답게 보일 것이라 생각하고
병이 들었을 때의 서시의 찡그리는 얼굴까지도 흉내를 냈다고 하네요.

다음으론 '왕소군'(王昭君)이라는 미녀가 등장하는데
이 여인 역시도 어찌나 절색이었던지
기러기가 그녀를 보곤 미모에 취하여
그만 날개를 움직이는 것조차 잃고는 땅으로 추락했다지요?

그 다음을 잇는 미녀로는 우리가 한번 쯤은
읽었을 '삼국지'에 나오는 '초선'(貂蟬)이란 여인입니다.
초선은 부친인 왕윤(王允) 의 명에 따라
당시의 간신이었던 동탁을 죽게 만든 후
의롭게 죽었다고 전해집니다.

중국 4대 미녀의 마지막엔 '양귀비'가 있는데
이 여인은 그러나 팔자가 기구했던가 봅니다.
당(唐) 나라 때의 미인이었던 그녀는
시아버지의 비(妃)가 되어 일족까지도
부귀영화를 누렸지만 결국엔 안록산의 난(亂) 때
피난길에서 피살되었다고 하니 말입니다.

정사와 야사가 버무려진 이러한 자료를 보면서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근데 별안간 왜 중국의 미녀 얘기가 나온 거야?"

그러자 아내는 아내의 직장에서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의기가 투합되어 향후 중국여행을
목표로 계(契)를 하나 만들기로 했답니다.
근데 어느 누가 말하길
"중국엔 전설적인 4대 미녀가 있다는데
우리나라는 왜 없는 거냐?"고 했다나요.

그래서 언뜻 주워들은 풍월은
있어 가지고 제가 말했지요.
"왜 없어? 우리나라에도 '선화공주'와 '황진이', 그리고
'도미부인'이 있잖아...
아... 근데 나머지 한 사람은 영 생각이 안 나네."

그러다가 저는 순간 번뜩이는 기지를 발휘하여
반전의 어떤 생뚱맞은 촌철살인을 떠올렸습니다.
"아! 맞다. 나머지 한 미녀는 바로 당신이다."

그러자 아내는 이내 뒤집어졌습니다.
"호호호~ 내가 한국의 4대 미녀 중 하나라고?
지나가던 개도 웃겠네?"

그러면서도 자신이 예쁘다고 칭찬하는 데는
솔직히 기분이 좋았던가 봅니다.
아내가 그처럼 배를 잡고 웃었지만
저는 일부러 근엄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당신이 어디가 어때서?
정말이지 나는 당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예뻐.
단 내 딸을 포함하자면 순위가 2위로 밀려나긴 하지만..."

그건 저의 진담이자 진실이었습니다.
일전 은혼식을 지낸 아내는 명실상부한 저의
조강지처요, 또한 제 아이들의 현명한 어머니인 때문이죠.

작년 이맘 때 저도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중국여행을 갔댔습니다.
모 문학전에서 수필 부문 금상 수상의
보너스로서 가게 된 여행이었지요.

근데 중국에서 동행하게 된 현지가이드가 이르길
중국인들은 평소 허풍이 참 심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중국의 4대 미녀의 면면 소개가 하나같이
전설과도 같은가 봅니다.

우선 제 아무리 뛰어난 미녀라 할지라도
그렇지 '서시'라는 여인이 호수에 얼굴을 비추면
그 미모에 놀라 물고기들도 물밑으로
가라앉았다는 게 어디 말이나 됩니까?

'왕소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녀에게 미쳐(?) 기러기가 날개를 움직이는 것조차 잃고
땅으로 떨어졌다니 말입니다.

달조차 부끄러워 얼굴을 가렸다는 '초선' 역시도
그 허풍이 너무나 엄청남은 매한가지라고 봅니다.
여하간 그처럼 허풍이 가미되고 어쩌면
작위적인 중국의 4대 미녀라곤 하지만
그저 웃어넘기는 여유를 지니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제가 아내에게 말한 부분, 즉
제 아내를 한국의 4대 미녀로 '공표'하면서
아내의 반열을 '선화공주'와 '황진이', 그리고
'도미부인'의 곁에 두었다는 사실은
저의 진담이자 진정성이었습니다.

왜냐면 결혼 이후 이태껏 역시도 빈궁하기는 여전합니다.
하지만 아내는 가난을 불평하거나
그도 모자라 그 지독한 궁핍이 싫어서
달아날 생각은 꿈조차 꾸지 않았던
실로 현모양처였던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제 아내는 정녕 꽃보다 아름다운, 그러니까
중국의 4대 미녀와 우리나라의 4대 미녀를
필적, 아니 상회하는 그런 미녀가 아닐는지요.

얼마 전 아내가 꽃을 한 움큼 사 왔습니다.
헌데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불과 일주일도 안 되어
그 꽃들은 하나같이 말라 비틀어지며 죄 시들더군요.

그래서 당시 저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앞으로 꽃은 사 오지 말아."
그러자 아내는
"왜? 당신은 꽃이 싫어?" 라고 물었지요.

그 때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우리집엔 꽃이 필요 없어.
당신이 바로 꽃인데 구태여 뭣 하러
돈을 주고 꽃을 사 와?"

순간 아내는 함초롭게 핀 수선화와도
같은 미소를 머금었지요.
그처럼 고운 아내의 모습을 접하자 역시나 아내는
제가 25년 동안이나 무변하게 사랑했던
조강지처로서의 의미에 있어서도
조금도 덜 함과 더함이 없었다고 느꼈음은 물론입니다.

지금도 우리 부부는 헐한 사글세의
누옥(漏屋)에서 애면글면 어렵게 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학생인 두 아이 모두 심신이 건강하고
오롯하며 아내의 심성 또한 '천사표 미녀'이기에
저는 거기에서 행복감을 느낍니다.

애초에 신은 제게 부모 덕(德)의 부재(不在)와
빈곤의 가시만을 주신 줄 알았었습니다.
그래서 하늘을 원망하기도 다반사였지요.

하지만 이젠 그렇지 않습니다.
신은 인간사 모두를 다스리고 평정할 수 없음에
우리 곁에 어머니를, 그리고 아내라는 선물을 주신 것입니다.

제게 어머니는 진작부터 없었으되 (저는 저의 생후 첫 돌을
즈음하여 생모를 잃었습니다.) 실로 다행하게도 천사보다 고운 아내가
제 곁을 묵묵히 지켜 주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어찌 아내를 사랑하고
또한 고마워하지 않을 도리가 있겠습니까!

지금도 제가 사는 형편은 누추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하지만 꼭 물질만이 행복의 척도일까요.

행복이란 과잉과 부족의 중간에 있는
간이역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너무 빨리 가는 바람에
그만 이 간이역(驛)을 그냥 지나치기가 일쑤라고 합니다.

제가 물질은 여전히 없기에
이는 곧 '부족'입니다. 하지만 제 곁에 있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은 분명 저로서는
어떤 '과잉'의 복(福)이자 행복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지금 과잉과 부족의 중간에
위치한 그 간이역의 역장(驛長)이 아닐는지요.

비록 조그만 간이역의 역장이되
들어오고 나가는 운수와 행복, 그리고 불행이란
열차를 관리함에 있어 소홀하거나 간과해서는
지금보다 나은 미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은혼식 때 여행조차도 가지 못 하였으되
아내를 사랑하는 저의 마음은 여전히 요지부동입니다.
제 아내는 한국의 4대 미녀를 뛰어넘어
중국의 4대 미녀까지 금세 따돌리는
명실상부한 당대 최고의 여인이란 사실이 바로 그것입니다. 

앞으로도 아내를 더욱 사랑하고 보듬으면서
여생을 좀 더 멋지게 살고자 합니다.     

내일쯤엔 처 이모님 댁에 가서
배갈을 얻어다가 아내와 마셔야겠습니다.
배갈의 안주론 탕수육이 제격이겠으니
1만원만 주면 배달해 주는
탕수육과 자장면 두 그릇이 포함된 'B세트 메뉴'를 주문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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