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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겨울의 환희


BY 휘발유 2006-10-27

올해의 대입수능일이 저벅저벅 다가오고 있다.
수능이 끝나면 수험생들은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으로
양분되어 대학생이 될 터이다.

이같이 대입수능과 대학의 수시(정시) 모집요강 등을
신문에서 보자면 재작년 이맘때가 떠올라
마음 속 깊이로 뜨거운 화톳불이 와 붙는다.

2년 전 겨울의 어느 날이었다.
그 날은 딸아이가 그 해의 대입수능을 전후하여
응시한 서너 군데의 대학교 수시모집에서
최종합격자를 발표하는 날이었다.

저녁을 먹으려는데 일곱시 저녁뉴스에서
예상치 않았던 대학들의 수시 합격자 발표 소식을 듣게 됐다.
순간 화들짝 놀라 딸을 재촉했다.
"얼른 인터넷에 접속해 봐!"

예정보다 하루 일찍 발표한 대학의 최종합격자
발표 소식에 딸 아이 역시도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딸은 행여 불합격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부터 입에 달았다.
하지만 나는 딸을 위로하고자 선수를 쳤다.

"괜찮아, 설혹 낙방했더라도 아빤 개의치 않아.
너는 그동안 최선을 다 했으니까 그 것만으로도 난 만족해."
그러나 속내는 진정 딸의 최종합격을 빌고 있었다.

어느새 밥숟갈은 저만치로 내동댕이쳐진
애물단지가 되었고 나와 아내의 신경은
온통 부지런히 PC 자판을 두들기는 딸의 모습에 가 있었다.

꿀꺽~ 침을 삼키며 긴장하고 있었는데
이윽고 딸의 입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 저, 서울대에 합격했어요!"

순간 감격의 눈물이 분수처럼 솟아올랐다.
나와 아내는 딸을 껴안고 눈물 반 웃음 반으로 정신이 없었다.
내 딸아, 정말 장하다!

내 딸은 그예 한국의 수험생과 학부모라면
그 누구라도 열망하는 서울대 입성(入城)의 꿈을
마침내 이뤄낸 것이었다.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면서 과거처럼
개천에서 용이 나기는 매우 힘든 즈음이 되었다.
돈이 없어 딸의 공(公)교육비 마련조차도 허덕이던
지난 시절이 어디 한 두 번이었던가!
그러했음에도 '전교 1등'이라는 철옹성의 고지를
불변하게 지켜온 딸은 마침내 그같은 '사단'을 일으킨 것이었다.

연전 사업에서 실패한 뒤 설상가상으로
지인들로부터도 숱한 배신의 융단폭격을 맞았다.
그로 말미암아 실의와 좌절의 늪에 함몰된 나는
희망은커녕 자살만을 생각하던 어리석은 필부이기도 했다.

그러할 즈음에 딸이 가져다 준
서울대 합격의 낭보는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단초였으며 동시에 다시금 희망을 품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도 나의 현실은 지독히도
무거운 짐을 지고 험산준령을 넘어가는 과객(過客)과도 같다.
그렇지만 자랑스런 딸은 내게 있어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샘(泉)이다.

희망은 삶의 목적을 알게 하는 외에도
더 열심히 살아가라는 채찍질이기에
나는 오늘도 이 풍진 세상을 열심히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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