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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BY 휘발유 2006-10-26

엊그제부터 몸이 퍽이나 안 좋았습니다.
우선 치아가 흔들려 밥을 못 먹을 정도였습니다.
다름으론 뒷목이 뻣뻣하여 마치 누군가에게
'뒈지게' 두들겨 맞은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헌데 그같은 증상의 도래는 두 가지로 유추가 되었습니다.
우선 하나는 저도 본격적으로
늙어가고 있다는 방증(老化)이라는 것이었지요.

다음으론 요즘 겪고있는 경제적 고민과
향후 진로에 있어서의 노심초사 등이
불러들인 심리적 스트레스가 주인(主因)이지 싶었습니다.

몸이 그같이 안 좋았기에 오후엔
치과와 한의원에 들러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사람은 역시나 그 누구라도
생로병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교훈을 새삼 천착했습니다.

각설하고 지금은 축구와 프로야구 등이
국민적 인기를 끌고 있는 스포츠입니다.
하지만 지난 시절 우리는 '레슬링'이란 메가톤 급
국민스포츠가 있었음에 행복했었습니다.

당시 한국 레슬링의 정점과 접점엔
항상 김일이라는 영웅이 있었지요.
옛날에도 빈한했기에 저 또한 어렸을 때는
동네의 방앗간 겸 만화방에서 흑백 TV를 통해
김일 선생의 경기를 시청했었습니다.

당시 연속극 '여로'가 국민 드라마였다면
김일이라는 '상품'은 국민 모두의 '스트레스 해소약'이었지요.
상대 선수의 반칙으로 말미암아 이마가 찢어져
피를 철철 흘리실 때면 국민 모두가 대로(大怒)했고
안타까워했음은 물론입니다.

하지만 김일 선생께선 반드시 역전승을 일궈냈으며
그러한 모습에서 우리 국민들은 '할 수 있다!'는
어떤 신앙심까지도 배웠던 것입니다.

김일 선생은 박치기의 달인이었기에
그걸 보고 배운 탓이었을까요...
저도 철이 없던 지난 시절엔 김일 선생의
그 유명한 박치기를 흉내내어 적지 않은
또래들의 코를 박살내곤 했었지요.

김일 선생께서는 진정 우리나라의 보배이셨습니다.
우리 국민들 모두가 늘상 배는 고픈 반면
딱히 희망도 없던 시절에 레슬링이라는
프로그램 하나로 국민 모두를 열광의
도가니에 몰아넣었던 김일 선생님...

김일 선생님께서 와병 중이라는 그간의 소식에
다시금 벌떡 일어나시리라 믿었건만 운명의 신은
그예 오늘 김일 선생님을 전설의 사나이로 변모시키고야 말았군요.

사람은 누구라도 죽습니다.
하지만 죽어도 세인들의 아쉬움이 가득하며
더불어 영원히 그 이름을 남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누군가는 죽었다는 소문이 돌면
"그 사람 참 잘 죽었다!"는 세인들의 조소와
폄훼가 무더기 화살로서 꽂히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김일 선생님은 분명 전자의 경우입니다.

우리 모두가 무던히도 힘든 시절에
우리들 삶에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주셨던
김일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김일 선생님,
고통이 없는 곳에서 영면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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