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를 맞아 어제 고향에 갔다.
숙부님 댁에 들러 인사를 여쭙고
이어선 선친의 산소로 성묘를 갔다.
예년 같았으면 인근의 죽마고우들도 만났겠으나
그 친구들과는 근자 별도로
정기모임을 갖기로 약조한 터이다.
하여 조만간 다시금 고향을 방문할 예정인데
아무튼 명절 때 동향의 살가운 친구들을 만나면
으레 회자되는 말 중의 하나가 선배와 친구, 그리고
후배들의 근황이 아닐까 싶다.
내가 고향의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도
어언 35년이란 장구한 세월이 흘렀다.
모교는 내가 졸업하던 당시보다
현재는 그 규모가 더 커져서 숱한 동량들이 배출되고 있다.
하지만 나라는 위인은 원체 못 난 탓으로
그러한 동량군(群)에 속하지 못 하고 허구한 날
빈궁하게 사는 때문에 지금껏
총 동(문)창회엔 한 번도 가 보지 못 했다.
직계선배 중엔 재선의 시의원과
의사도 계시는 등 훌륭한 분들이 많다.
또한 내 동창생들 중에도 각 방면에서
빛나는 활약을 벌이고 있는 녀석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정작 나라는 위인은
고작 먹고살기에도 급급하다 보니 그만 그렇게
총 동(문)창회엔 눈길도 주지 않았던 것이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살기 마련이다.
하여 지난 시절 고향의 초등학교 얘기만 나오면
누구라도 금세 이야기 보따리를 끄르면서 향수에 젖기 마련이다.
고향의 초등학교를 졸업할 당시
나도 이담엔 반드시 성공한 사람이 되어
내가 졸업한 학교에 장학금도 듬뿍 기부하고
기회가 닿는다면 내 이름으로 된
건물(체육관 내지는 도서관 형태의)도 지어 증여하고자 했었다.
그러나 그러한 꿈은 이뤄지지 않는
개꿈(犬夢)으로 끝나고 말았기에
나의 마음은 처연하다.
각설하고 내가 나온 초등학교는
앞으로도 폐교의 위기는 겪지 않을 것이리라.
하지만 작금 농촌에서는 폐교 위기에 몰린
소규모 초등학교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그같은 위기를 타개하고자 그 학교 출신의
동문과 주민, 그리고 학부모 등이 십시일반의 정성을 모아
학교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고 하는데...
일전 신문에서 인구가 크게 줄어들면서 신입생이 급감해
분교로 격하되거나 폐교될 위기에 놓인
농촌지역 초등학교를 살리기 위해
충북 진천군의 상신초등학교와 구정초등학교, 그리고
문상초등학교의 총동문회에서 잇따라 모임을 갖고
스쿨버스 마련을 위한 모금활동 외
원어민 영어회화와 무료태권도 등의
특기적성교육 프로그램까지도 지원하고 있다는 보도를 보았다.
그러한 정성 때문으로 이젠 그곳에서도
학생이 소폭이나마 늘고 있다고 하여
여간 다행이 아니었고 더불어 보기에도 아름다웠음은 물론이다.
이제 곧 나의 모교에서도
총 동문 체육대회가 개최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올해 역시도 그 운동회에
가지 못 할 확률이 높은 때문으로 아쉽기 짝이 없다.
어서 경제난에서 헤어나고 더불어 부자가 되어
나 역시도 누구처럼 내 모교에
장학금을 듬뿍 기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