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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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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엉뚱한(?) 선물


BY 허무한 2006-09-21

노트북을 들고 친구랑 메신저를 하고 있는데 남편이 들어온다.
Duke(North Carolina에 있는 병원)에 정기검진을 받으러 갔는데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다. 점심은 뭘 먹겠느냐고
물었더니 먹고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햄토리를 불쑥 내민다.
“이거 당신 줄려고 산거야"
“정말? 그거 애들 좋아하는건데…”

남편이 가까이 다가오더니 햄토리의 손을 누른다.
그랬더니 햄토리가 노래를 시작한다.
메신저를 하느라 바빴던 나는 또 남편의 어린애같은 면이 발동됐나
하면서 별로 대수롭짢게 여겼다.

남편은 좀 감상적이고 즉흥적이다.

영화를 보고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우는 예가 부지기수다.
그래서 또끼눈처럼 빨개진 눈을 감추려 딴곳을
쳐다보는 척한다 .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ㅎㅎ, 그러면 누가 모르나 . 그냥 모른척 해줄 뿐이지.

그 감상적인 한 예가 비행기안에서 레셀크르의 “Beautiful Mind”를
보면서 눈물을 소낙비처럼 흘렸던 것이다.
난 그 영화를 무척 지루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시어머니와 그 수학자를 비교하며 감정을 봇물처럼
터트린 것이다. 시어머니는 평범한 분이어서 전혀 그 수학자와는 정말 연결되지
않는 그런 타입인데 그렇게 생각하고 울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지만
그라면 얼마든지 그럴수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나 준다고 개, 고양이,닭,토끼,
거북이 등 수도 없이 많은 동물들을 얻어와서
날 곤란하게 했다. 데려온 개가 얼마되지 않아 도망간 후로
책임지지 않을거면 제발 동물들 좀 데리고 오지 말랬더니
다행히 더 이상은 데리고 오지 않는다.

그래도 뭔가 색다른 걸 보면 날 준다고 덜컥 사 가지고 온다.
얼마전에는 가게에 가서 버튼 누르면 노래하고 춤추는 꽃을 사 가지고 왔다.
왜 그런 쓸데없는 것을 사 가지고 왔냐고 해 놓고선 버튼을 눌러놓고
애들과 함께 꽃이 돌아가는 방향에 맞춰 돌아가며
춤을 췄더니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가게에 가서 싱싱한 꽃을 보면 그게 얼마든
상관없이 덜컥 사 가지고 온다.
여기는 꽃이 먼 곳에서 운송되기 때문에 꽃병에 꽃아 놓으면
하루를 못 넘기고 시든다. 그래서 다음부턴 꽃 사지말고 현찰로
달라고 했더니
“당신은 녹색(달러)만 좋아해서 걱정이다”
라고 말했다.
그렇게 구박을 받아도 다음에 또 싱싱한 꽃을 보면 사 가지고 와선
“ 이쁜꽃 보니 당신 생각나서…”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또 시계를 사와선 내밀었다.
“당신 또 그런 것 사 와서 돈 낭비해. 나 시계 있는거 알잖아.
그리고 나, 그런 싸구려는 안한다. 사올려면 좀 좋은걸 사 오지”
했더니
“그럼 엄마 갔다 줘야지”
“당신 엄마는 뭐 그런거 좋아하나”
“히히히, 우리 엄마 그런거 상관 안한다”
그러면서 시어머니에게 갔다 드렸다.
시어머니는 그래도 아들이 사준거라고 자랑하고 다니신다.
사연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소란스러운 문소리가 나며 애들이 학교에서 돌아왔다.
티테이블에 놓여있는 햄토리를 보고는
“와~아! 햄토리다”
하며 둘이 동시에 탄성을 지른다.
“누구거야?”
딸아이가 묻는다.
“아빠가 엄마 준다고 사 왔는데…”
"만져봐도 돼?"
"그럼"
그때서야 노트북을 내려놓고 다시 한번 햄토리를 봤다.
애들이 버튼을 누르니 팔에
달려있는 곤봉을 흔들며 노래를 하면서 팔을 쭉쭉 뻗는다.
“얍~ 얍~ ~히이~얍 ....합합”
하고 기합을 지르기도 하는데 도복을 입었고 검은 벨트를 맸다.

그제서야 남편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최근에 태권도 학원에 등록해서 다니고 있는데 태권도복 입은 햄토리는 열심히 해서 검정밸트 매라고 남편이 격려의 뜻으로 사온 것이다.
그런줄도 모르고 내가 아이인줄 아느냐고 한마디 하지 않는게
정말 다행이다.

주책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러고 보면 그는 사려깊은 남편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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