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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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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만들기


BY 돼지감자 2006-08-25

우리집 둘째딸은 이제 겨우 23개월을 꽉 채우고 있다.

재작년에 9월에 갑작스런 진통으로 아가를 본지 벌써 23개월이 되었다.

애를 낳아보니 엄마들이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희생을 요하는 일이 엄마라는 존재인지 실감하면서 살게된다.

 

난 인내심이 부족해서 자주 탈이나는 편이다.

보통 욱하는 성질도 있고 다혈질인 편이라 고함을 많이 지르다 보니

목에 염증이 생겨 약을 엄청 먹으며 별것 아닌일로 투병생활도 해봤고..

가만히 집에서 1시간 이상 누워있는게 내 삶에서 사치스런 일로 바뀌게 되었다.

 

요새 근데 이 둘째놈이 엉덩이에 땀띠가 올라온것이다.

이유는 기저귀때문....

23개월이 다된 녀석이지만 한번도 기저귀를 벗겨달라고 말을 하거나 요구를 하지않는

자칭 기저귀 매니아인 녀석을 사람한번 만들어 보자고

1주일 전부터 기저귀를 떼고 연습을 했다.

 

고집도 고집인지라...소변을 안보고 6-7시간을 견뎌내는 녀석의 고집에

좌절도 하고...걱정도 하고...악도 써보고...

급기야 어제는 너무 걱정스런맘이 들면서 포기하는 맘으로

내가 악다구니를 쓰다 지쳐버렸다.

엄마가 아기 기저귀에 집착해서 너무 신경쓰면 아기한테도 좋은게 없다고들 한다.

정말 육아에 정도는 없다.

난 어제 애한테 화를 한바탕 내고 기저귀에 목숨거는 둘째딸애에게 완전히 져버렸다.

그리고 포기하게 되었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기저귀가 그렇게 좋냐? 그래 너 기저귀 끼고 살아라..으구.."

하며 녀석을 한번 안아줘버렸다.

 

드디어 오늘..

녀석이 더울까봐 기저귀를 벗겨놓고는 채워준다는걸 깜박하고는

설겆이며 빨래개기며 분주해있었다.

나 못지않게 분주한 둘째녀석의 모습...그후에 그렇게도 기다리던 소변기의 멜로디 소리...

녀석이 처음으로 고집부리지않고 스스로 가서 앉아서 소변을 본것이다.

울집 큰딸이 크게 나를 부른다.

"엄마..영은이가 쉬통에 쉬를 했어~"

너무나도 반갑고...놀라워서 너무 잘했다며 기특하다며 힘껏 안아주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엄마 사람답게 만들어 볼려고...인내심과 적당히 포기할줄 알아야

한다는걸 가르쳐 줄려고 녀석이 머리썼나보다 싶다.

세상에서 가장 보람된 일은 사람을 제대로 만드는 일임이 틀림없다.

둘째딸과 나...너무 보람된 일을 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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