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완벽주의와 팔팔한 성격 탓에 하루도 맘편할 날 없고,
하루도 몸편할 순간없음…
뭐가 되었든 항상 생산적인 일을 해야한다는 강박증과
‘빨리빨리’ 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함…
정한 계획에 따라 일이 착착 진행되어지지 않으면 그 상황을 견디어내지 못하여
괜한 심술과 불똥을 마구마구 튀겨댐…
나의 ‘선천성 모성애 결핍증’ 발병인자는 열거할 수도 없이 많다.
한 남자가 좋길래 아무 생각없이 결혼했고,
함께 살다보니 계획도 없는 아이가 생겨버렸다.
첫아이의 출산과 함께 잠재되어 있던 나의 신병은 수면위로 떠올랐다.
내 생애에 자식이란 존재가 없었더라면 눈감는 순간까지도 알지 못했을 병이다. ‘
가지많은 나무 바람 잘날 없다’ 더니, 아이가 둘로 늘어나니
이놈의 결핍증은 아예 고질병으로 이름을 바꾸어 버리려 한다…
나는 아이가 생기면 저절로 모성애가 생기는 줄로만 알았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 라는 격언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말인 줄로만 알았다.
아이를 낳을 때의 숨이 끊어지는 듯한 산고에 대해선 듣고 또 들었지만,
정작 아이를 낳아 기를때의 그 참담함(?)에 대해선 누구도 말해 주지 않았더랬다.
그래서, 먼 타국에서 첫아이를 낳고
남편과 단둘이 산후조리를 하고 어설프게 아이를 키워나가면서,
얼마나 주변분들을 원망하고 마음으로 탓을 했는지 모른다.
하긴, 힘들다고 미리 알려줬어도 달라질 바는 없었겠지만…
‘아이가 너무 예뻐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
‘아이두고 출근하려면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내 목숨과도 바꿀수 있다,’
‘내 삶의 전부다.’ 하는 말들을 익히 들어왔지만,
나의 현실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어느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던 사실을 스스로 몸으로 터득해 내야만 했다.
‘부모도 사람이다,’ ‘부모도 몸집 큰 어린아이일 뿐이다.’ 라는…
“널 낳아 품에 처음 안는 순간,
엄마는 가슴 저 깊은 곳으로부터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단다.
그것이 지금까지 날 살아 가도록 만들어 준 힘이었어.”
얼마전 보았던 드라마 속의 대사다.
배우가 연기를 잘해서, 내용이 슬퍼서, 또는 감동적이어서 눈물 흘린 것이 아니다.
‘왜 내겐 저런 모성애가 없는거야?’ 하며 억울해서 울었더랬다…
아이의 입에 들어가는 밥보다 흘리는 밥에 눈길이 먼저 가는 엄마,
아이와 함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일보다 어질러진 장난감 치우기에 바쁜 엄마,
아이가 자전거를 타다 넘어지면
아이의 긁힌 다리보다 자전거 흠집난 자리가 더 속쓰린 엄마,
다른 아이와 다투고 들어오면,
내아이 상처받았을 일보다, 남의 집에 흉보일 일에 더 마음 쓰이는 엄마,
자꾸 쫏아다니고 말을 시켜대면
댓구해주기 귀찮아 혼자 가서 놀으라고 비디오 틀어주는 엄마…
어서 먹고 상치울 생각에 ‘말하지 말고 얼른 먹어.’ 를 연발하는 엄마…
확실히 병 맞다, 이렇게 열거해 놓고 보니…
나 어떡해…
우리 아이들은 어떡해…
암도 낫게 해주는 요즘 세상인데 내 병은 어디가서 고치나…
무슨 약을 먹어야 이놈의 병이 뚝 떨어져 나갈까나…
선천성 모성애 결핍증…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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