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와 다섯살 터울로 낳은 둘째녀석은
유난히 엄마에게서 떨어지려 하질 않는 아이다.
집에 아빠와 형아가 함께 있을 때에도 엄마가 옆에 있으면
꼭 엄마 옆자리나 무릎을 차지하고 앉아 있어야하고,
밖에서 잘 놀다가도 엄마 얼굴이 한번 보이면 그길로 달려와 안기곤 한다.
그것도 그냥 달려드는 것이 아니라 강아지마냥 끼깅거리며 안겨붙으니
매몰차게 내려놓을 재간이 없다…
며칠전부터 작은 녀석이 이유없이 짜증을 내고 툭하면 징징거리기에,
미운 세살이 되면서 갈수록 버릇이 없어진다 싶어 무관심하기로 했다.
이틀정도가 지났을까,
아침에 일어나 재채기를 하는데 누런 콧물이 입까지 직행을 하더니만,
이 더운 여름날에 콧물을 줄줄 흘리며
코밑은 대충 옷에 문질러 닦은 흔적으로 허연채 다니는 것이다.
“이렇게 아프려고 며칠을 보챈 것이었구나.
그것도 모르고 버릇없다 했으니, 엄마가 되어서…”
얼굴은 눈물, 콧물, 침으로 얼룩이 진채
낮잠 시간을 넘겨서도 잠들지 못하는 아이가 안쓰러워 오랫만에 젖을 물렸다.
아이 옆에서 나도 한숨 자려는 생각으로
블라인드를 모두 닫아 방안을 어둡게 만들고 함께 누웠다.
이렇게 다시 젖을 물리니 감개가 새롭다.
유독히도 엄마젖을 물고 놓아주질 않던 녀석,
젖을 물고 잠들기에 살짝 내려놓을라 치면
어느샌가 눈을 반짝 뜨고 기를쓰고 달라붙던 아가,
엄마젖이 없으면 잠들지 못하던 습관 때문에
벌써부터 앞니가 상해 반쪽이 되어버린 꼬마…
두살이 넘은 사내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으려니 거참 기분이 묘하다.
자식은 예순이 되어서도 어리게만 보인다지만,
이미 말라버린 젖을 열심히 빨고 있는 아이의 머리를 내려다보니 왠지 피식 웃음이 난다.
설잠이 오락가락하는지 빨다 멈추고, 그러다 다시 빨고,
한손으론 다른쪽 젖꼭지를 만지작거리다 잠결에 놓친다.
얼른 놓친 그것을 찾느라 더듬어대는데 찾아지질 않는지 겨드랑이까지 손이 간다.
그러다가는 이내 포기하고 아예 잠으로 빠진다…
이런…
쓴웃음이 나왔다.
원래 처녀적부터 그러하였다지만 (궂이 설명하자면 ‘계란후라이’ ^^),
두아이 모두 18개월이 넘도록 젖을 물리고나니
남은 것은 축 늘어지고 검게 퇴색한 두 꼭지뿐이다.
친정엄마에게 받은 유전 덕분에 아이낳고 임신살이 빠진 것은 다행인데,
가슴살마저 남질 않고 쏙 빠져 버리면 어떡하라고…
엉엉엉…
아이 둘 젖먹일때가 그래도 적당히 보기좋은 싸이즈였는데…
쭉쭉빵빵한 미국인들 틈에 살려면 그 정도는 되어주어야 하질 않는가...
내 아마도 그 싸이즈를 유지하고픈 욕심에
꿋꿋이 모유수유를 고집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탐이 났었더랬는데…
남편과 결혼을 하고 얻은 나의 첫 별명 역시 가슴에 관한 것이었다.
‘갖젖부인’
한마디로 젖이 갖잖다는 뜻이다.
농담처럼, 진담처럼, 우스개처럼, 위로하듯, 놀리듯,
아내가 남편에게 민망하지 말라고 불러주었다지만,
내 딴엔 큰 충격이고 아픔이었다.
그때서야 비로소 여자의 가슴은 보기에만 좋으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자의 자존심 입지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이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후로 나는 뽕브라만 찾아다닌다.
처음엔 몰라서 아무때나 뽕브라를 사러갔다 번번히 못 사고 헛탕치곤 했었는데,
다년간의 경험에 의해 자연적으로 터득한 사실이 있다.
뽕브라는 여름에 나온다는 사실!! (나만 몰랐나??)
궂이 겨울에 여름옷을 사자면 그래도 한두개 찾을수는 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어 울며겨자 먹기로 사들고 와서는
한두번 입고는 모셔 두듯이 이 속옷도 마찬가지다.
레이스도 달리고, 색도 다양하고, 모양도 이쁘장하니 적당히 부풀어 있고,
몸에도, 맘에도 쏙 드는 브라를 찾으려면 여름을 노려야 한다.
그래야 몇 철이 지나는동안 속옷 걱정없이 아무 셔츠나 골라 입을 수 있다는
요 노하우!! ㅋㅋ
이 여름 다 가기전에 빨리 뽕브라 몇개 장만해야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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