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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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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공예사로 살게 되다


BY 그린플라워 2012-10-13

최근에 쇼핑센터 1층 작은 공간에 동양매듭하는 이와 공방을 열었다.

중학교시절부터 유행하는 온갖 공예를 두루 섭렵하다가 마지막에는 수채화와 유화를 그리면서 살려고 했는데

우연히 친구가 오픈한 한지공예공방에 놀러 갔다가 지름신이 또 강림했다.

친정엄마는 "이제 제발 아무것도 새로 배우지 말고 그림이나 그리면서 살아라." 고 신신당부 하셨지만

한지공예를 보니 안 만들어 볼 수가 없었다.

친구가 10여년 전부터 한지공예를 배우면서 나더러도 해보라고 했지만

"에이~ 잘 나가는 컴퓨터강사가 하던 일이나 잘 하지 문양을 왜 파고 있니?" 하면서 도리어 친구를 말렸었다.

 

조각도로 오밀조밀 파고 각양각색의 한지를 오려 붙여서 작품을 만드는 걸 보니

"난 문양 파는 건 못하겠고 내가 그린 그림이나 척척 붙여서 만들거야."

친구는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게다.

'니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내 그림을 붙여서 상자도 만들고 찻상을 만들고 하다보니 슬그머니 욕심이 생겼다.

"나도 문양 파서 해 볼래."

그리하여 집에서 왕복 두시간이 넘는 공방에 풀방구리에 쥐 넘나들듯 일주일에 서너번씩 가고

새벽녘까지 문양을 파서 그야말로 죽기살기로 한지공예에 빠져들어갔다.

애들아빠는 그런 나를 보면서

"그거 해서 입에 풀칠이나 하면서 살겠냐?" 고도 했다.

 

비즈공예를 하면서 퀼트를 하면서 뜨게질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면서 새벽을 맞기가 일쑤였던 삶이

그림은 등한시하고 한지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다.

작업을 하다보니 한지공예사 자격증도 취득하고 지역사회에서 평생학습강사 양성과정도 수료하면서 한지공예강사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함께 평생학습강사가 된 매듭하는 이와 같이 의기투합해서 중심상가에 공방을 열었다.

손바닥만한 공간이지만 집에서 늘어놓고 하는 것보다 효율적이고 하루에도 몇명씩 오랫동안 못 만났던 지인들과도 마주치게 되어 하루가 언제 가는지 모르게 되었다.

 

미국에 사는 동생친구가

"언니는 올 때마다 새로운 무언가를 배워서 나를 즐겁게 하는데 다음번에는 또 뭐 배울 건지 궁금해요."

했었는데 이번에 오면 한지공예 작품을 몇점 들려서 보낼 것이다.

 

오십중반이 넘으면 내가 언제 그리 힘겹게 살았더냐 싶게 새로운 삶이 펼쳐지게 된다더니

그렇게 힘들게 하시던 시어머님께서도 하늘로 가시고 이제는 하고 싶은 일 하고 살아도 되게 되었다.

정신없이 바쁜 날들이기는 마찬가지지만 이제는 재미있는 일로 바쁘니 얼마나 다행인가.

향후 10년 정도 이 일을 하면서 살게 된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