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 가신지 일주일만에 시숙도 유명을 달리 하셨다.
피로가 누적된 채 모든 일을 접고 분향소로 갔다.
작은애는 아빠가 전화하는 걸 듣고 그 사실을 알았지만
큰애에게 비밀로 하라 했다.
원래 시신을 입관한 후에 상복을 입는 게 관례지만
빨간줄무늬 티셔츠만 달랑 입고 나타난 형님에게 바로 상복을 입혔다.
아랫동서 네명이 상조회에서 온 손길이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서 동분서주하는 동안
형님은 커다란 술판이 벌어진 줄 아는지 문상객들상마다 앉아서 수다를 떨고
문상객들에게 술까지 따라주고 있었다. 말린다고 안할 사람도 아니고 그냥 뒀다.
나는 시어머님 때도 부조봉투를 관리하고 노트에 기록하고 모든 금전출납을 주관했었는데
이번에도 별수없이 또 맡았다.
부조봉투 액수 확인하는 것만 형님이 관여하고 나머지는 아랫동서들이 했다.
우리 넷이 잠도 못자고 일할 동안 형님은 잘 먹고 잘 잤다.
예비 며느리 둘이는 그 상황에서도 술을 주거니 받거니 마시고 수시로 담배를 피우러 들락거렸다.
큰며느리자리는 아예 분향소에서 자고 갔다.
상견례도 안한 예비며느리들이라 행여 상복까지 입힐까봐 그건 미리 말렸다.
우리집에 전화를 했더니 큰애가
"어머니, 도데체 무슨 일로 집에 안 오세요?"
작은애가 아무 말도 안한 모양이다.
"엄마 아빠가 떼돈을 버는 중이라 그러니 니들 잘하고 있어."
"네. 그럼 제 용돈으로 과자 사먹어도 될까요?"
"그래라."
"감사합니다."
상 치르고 와서 과자 얼마나 사먹었냐고 물으니 900원짜리 사서 동생과 나눠먹었는데
지가 딴청 피울동안 동생이 훨씬 더 먹었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어쨋든 마지막까지 화근노릇을 했던 형님에게
초상 때 들어온 부조는 20만원밖에 안 남아서 형제들이 돈을 모아 400만원을 주고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불미스러운 일은 다 덮어두고 앞으로 잘 지내자." 고 했다.
장성한 조카들이지만 엄마를 닮아 철이라고는 아직 찾아보기 힘든 아이들이므로
앞으로 모든 뒷처리는 애들아빠가 도맡아 해주기로 했다.
큰집식구들은 언제 불똥이 떨어질까 전전긍긍 하다가 우리들이 그리 나오니
이게 뭔일인가 싶은가 의아한가 보다.
나오는 길에 셋이 쭈르르 달려나와 오래도록 여러번씩 머리를 조아린다.
애들아빠의 그릇이 그렇게 큰줄 미처 몰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