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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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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톰소여


BY 그린플라워 2011-05-03

오늘 작은애(초5) 학년별 작은운동회날입니다.

어제 이온음료수 사달라고 조르는 걸 빈 생수통에 오미자효소 타서 담아주었습니다.

평소 학교가는 날이면 제형(고2)은 여섯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일어나 밥 잘 챙겨먹고 일찌감치 학교로 가는 반면

작은녀석은 알람이 몇차례 울려도 끄떡않고 자다가 제 호통과 회유에 간신히 눈 뜨고

차려놓은 밥상에 앉아 마지못해 두어술 뜨고 늦었느니 어쨌느니 궁시렁대면서 가곤 합니다.

 

오늘은 여섯시가 조금 지나서부터 저를 깨웁니다.

일곱시에 맞춰놓은 알람에 깨려고 어젯밤 늦게 잠들었는데...

왜 벌써 깨우냐니까 운동회에 준비물 잘 챙겨서 빨리 가봐야 한다는 겁니다.

준비물이라봤자 오미자 한병과 알림장과 신발주머니 정도면 되는 걸...

옷도 잘 입어야 한다고 이것저것 뒤적이는 녀석에게 긴팔 흰면티에 청바지를 입히고

목에는 빨간손수건을 삼각형으로 두르게 하고 얼굴에는 선크림을 고루 발라 내보냈습니다.

 

오늘 큰녀석 중간고사 시험감독이라 첫시간 감독을 마치고 바로 옆에 붙어있는 작은애 학교 운동장을 살펴 보니

반에서 제일 작은 콩알만한 녀석이 빨간손수건을 목에 두르고 자전거열쇠까지 목에 걸고

용수철처럼 튕기고 있는게 보였습니다.

쉬는 시간 10분 동안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혼자 보기 아까웠습니다.

 

시험감독이 끝나고 작은녀석 학교로 가서 잠깐 아는 척을 해주고 돌아나왔습니다.

저녁에 집에 오니 그 애가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저 오늘 달리기 2등 했어요."

"니네 학년 전체에서?"

"아니요."

"그럼 니네반 전체에서?"

"아니요. 우리 조 네명 중에서요."

"................"

난 체육이 젬병이었어도 스케이트와 달리기는 잘 해서 우리반 대표선수였는데...

 

꼭두아침부터 에미 선잠 깨우면서 괴롭힌 결과치고는 어이가 없었지만

"아유~ 잘 했네."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