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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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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BY 그린플라워 2009-11-28

친한 친구가 이 세상과 작별을 했습니다.

전 워낙 안부 주고 받고 하는 체질이 아니라 그저 잘 지내겠거니 했었는데

어제 갔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친한 친구 중에 두번째로 보낸 친구입니다.

각지에서 일곱명이 모여 문상을 했습니다.

다들 망연자실했고 끝까지 병실을 드나든 친구에게 원망을 퍼부었지요.

왜 이지경이 되도록 안 알려줘서 마지막 인사도 못하게 했냐고...

그 친구들도 이러리라고는 짐작도 못했다네요.

 

몇달만에, 몇년만에 보는 친구들과 우리 이렇게라도 만나라고 그렇게 허망하게 갔냐고 원망했습니다.

달랑 아들 하나 남기고 갔습니다.

그 아이 돌잔치 음식 해 줬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 녀석은 벌써 제대하고 복학생입니다.

장례식장에서 몰라보게 커진 그 아이와 친구 남편에게 그 일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장례식장에서는 그 친구의 부재가 실감도 나지 않았습니다.

오랫만에 만난 터라 친구들끼리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면서 지난 날을 회상했지요.

 

집으로 돌아와 그저 일상적인 일을 담담하게 했습니다.

잠자리에 들어 아무리 잠들고자 애를 써도 잠이 오지 않습니다.

아직은 없애지 않았을 그 친구 핸드폰으로 문자를 넣었습니다.

생전에 기계치라 친구들 전화 입력하는 것도 못해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친구들에게 전화하던 친구라

아들이 엄마 친구들 전화번호를 전혀 모르고 최신통화번호 몇군데에 자정이 넘어 메시지를 보내 알았더랬습니다.

그 아들이 내 문자를 보고 엄마와 친했던 친구 전화번호임을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망자에게 문자를 보낸 거지요.

장례식장에서의 짧은 만남에서 친구 아들에게 결혼하게 되면 꼭 연락하라고 했습니다.

엄마는 안 계셔도 엄마를 기억하는 엄마친구들은 축하를 해 주고 싶어서지요.

 

오늘 친구들이 그랬습니다.

우리 당장 월회비 내고 일년에 한번씩이라도 여행 다니자고...

아이들이 어린 저만 빼고 다들 출가 직전의 자녀를 둔 터라 시간여유가 많은 친구들입니다.

우리에게 셀 수 없이 많은 날들이 남은 줄 알았더랬습니다.

이렇게 허망하게 친구를 보낼 줄 알았더라면 안부문자라도 자주 주고 받을 걸 그랬습니다.

전 몇달 전에 문자하나 달랑 남긴 무심한 친구였습니다.

 

가버린 친구가 너무나 원망스럽고

그 친구에게 이루 말할 수 없이 미안합니다.

다시는 그 누구에게도 이렇게 미안하지 않도록 주변을 돌아보면서 살아야겠습니다.

 

"친구야 잘가. 착한 일 많이 한 넌 천국에 갔을 거야.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