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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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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자매의 친정나들이


BY 그린플라워 2009-11-01

토요일 아침

모처럼 일정이 비어 있는 한가한 날이다.

느긋하게 아침식사 후 커피까지 마시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 왔다.

둘째동생 근무하는 학교가 월요일이 개교일이라 토요일부터 쉰다고 친정 가잔다.

막내동생이 차를 가지고 언니들을 태우러 왔다.

오가는 길에 남동생이 구워준 씨디음악을 들으며 수다를 떨다가 합창을 하기도 하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

넷 다 고만고만한 나이들이고 나와 막내가 9년 차이밖에 나지 않으므로 음악취향도 거의 같다.

구닥따리 팝송과 대학가요제 노래들을 합창하고 있자니 세월은 삼십년 전으로 훌쩍 넘어갔다.

 

예정에 없이 들이닥치는 나들이임에도 간다는 소식을 들은 엄마는 부랴부랴 물김치와 막김치를 해 보내기 위해 분주하셨다.

성질 급하고 바지런한 언니들이 저녁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

운전하고 간 막내여동생과 늘팽이 둘째여동생은 잠에 취해 늘어졌다.

내가 첫째여동생에게 "우리는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도 저 두 동생 뒷바라지를 해야 할 거다." 하니

동생이 "아마 그러고도 남지." 그런다.

첫째여동생이 가져간 엘에이갈비를 구워 저녁식사를 마치고 모처럼 둘째여동생이 설겆이를 하는 동안 나와 첫째여동생과 엄마는 김치를 담궜다. 막내동생은 늘 바쁘게 사는 고로 만나면 운전하는 거 외에 일은 거의 안 시킨다.

아무리 피곤해도 네딸과 만난 엄마는 밤 늦도록 수다가 끊어지지를 않는다.

전통 가옥이라 창문도 없는 방이지만 자고 일어나면 상쾌하다.

 

아침식사 후 엄마가 나가시는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렸다.

갈 때마다 느끼는 건데 사십년 전 내가 다니던 교회와 거의 분위기가 흡사하다는 거다.

심지어 요즘 도회지 교회에서는 헌금바구니 돌리는 일이 거의 없는데

그곳은 아직도 헌금위원이 헌금 바구니를 돌리고 있다는 게 참 신기했다.

예배가 끝나면 전 교인이 식사를 하게 되어 있지만 우리는 매식을 하기 위해 그냥 돌아 왔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돌아올 채비를 했다.

전통유과와 사과, 탱자, 아버지께서 톱질하시고 엄마가 삶아 만든 바가지, 갖가지 김치... 마른고추.

더이상 실을 데가 없이 싣고서야 출발 했다.

첫째여동생과 내가 고추를 빻을 동안 둘째여동생은 안동한우를 사기 위해 정육점으로 갔다.

한참 기다려도 안 오던 동생이 자기네 먹을 고기만 산 게 아니고 언니 동생들에게도 고기를 사 주느라 그런 거였다.

늘 언니들을 기다리게 하고 언니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동생이지만 가끔 감동받을 짓을 하곤 한다.

 

어지간해서는 휴게소 음식 안 사먹는데 문막 휴게소에 내렸길래 동생들에게 저녁식사를 사 줬다.

막내여동생은 언니들 집마다 내려주고 갔다.

터울도 길지 않게 네 딸을 낳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새록새록 나고 있다.

중간에 끼인 남동생(아직도 미혼)도 이따금 합류하여 우리들의 즐거움에 동참하곤 한다.

우리의 결속력이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순탄하게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