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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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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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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의 하루


BY 그린플라워 2009-09-25

10시에 일본어 회화 첫 시간이라 일찌감치 가서 글씨나 좀 익히려고 했더니...

"김치콩나물국, 메추리알 조림, 서리태 조림 해주세요."

내가 속해 있는 단체에서 이따금 음식 만들면 나눠 먹는 회원 중 하나다.

 

9시 30분 강의실 근처에서 만나 주기로 하고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만들어 포장 했다.

지인을 만나 음식을 전해 주고 강의실에 올라가니 내가 스무명 중 두번째로 도착했다.

도무지 그게 그것 같은 글씨들을 한꺼번에 익히자니 힘이 든다.

강의 시작 직전에 들어온 동생(초급은 뗀 상태인데 언니와 한번 더 듣겠다고 신청함)과

수업을 같이 들었다.

 

13시부터 약과 만들기 강좌를 해야 하므로 점심을 거를까 했는데

이른 점심을 먹고 있던 아는 이가 지나가는 나를 밥 먹고 가라고 붙잡는다.

그리하여 거하게 점심을 먹고 새로 오픈한 원두커피점의 커피도 한잔 마시고 복지관으로 갔다.

어제 장보기 해둔 물건들을 꺼내 쓰기 좋게 배열하고 다섯파트 분량의 재료를 소분해 분단별로 놓아 주었다.

 

미리 메일로 보낸 레시피가 프린트 되어 있길래 나눠 주었더니

각 분단별로 알아서 잘들 해 나간다.

잘 튀겨진 약과를 집청에 잠수시켜 내일 아침에 건지라 하고 나오려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언니, 막내가 새차 시승식 하자는데 축하도 할겸 내가 저녁 살 테니 나올래?"

"어디서 뭘 먹을 건데? (이럴 땐 찬밥 더운밥 안 가려도 되는데...)"

"강남역 근처 와인카페에서 스테이크와 스파게티 먹을 거야."

"좋아."

 

애들은 애들아빠와 알아서 저녁식사 하라 하고 약속장소로 갔다.

 

Cipolla Rosso 에서 다섯가지 음식을 시켜 거의 다 먹어갈 즈음

밥 사겠다던 동생이 슾과 피자 하나를 더 먹자고 했는데 삼십분이 넘도록 음식이 안 나왔다.

주문이 너무 밀려 십분 더 기다리라는데 동생은 기어이 먹고 가겠다고 버티고

나머지 셋이 말려서 결국 나왔다.

팔당까지 드라이브를 할까 했는데 막내 피곤하다고 저녁식사만 하고 돌아왔다.

 

집에 오니 식구들 저녁식사는 해결된 후였지만 작은애가 내일 수학시험이 있다고 한다.

평소에 숙제도 잘 안해 가는 녀석에게 문제집 네쪽 풀게 하는데 진을 뺐다.

열시 넘어 영어학원에서 돌아온 큰애는

"어머니, 오늘 마탕 해주시면 안 되나요?" 한다.

안 된다니까 내일 해주시면 안 되겠냐고 재차 묻는다.

"내일은 내일 가봐야 해. 내일도 복지관에서 강정 만드는 거 해야 하거든.

기운이 남게 되면 해 줄께."

 

내일은 16시 30분에 강정만들기 해야 하는데

동생이 그 전에 소래포구에 게 사러 가잔다.

 

백수생활 삼개월만 해보고 접어야겠다.

돈도 시간도 너무 모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