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눈물나는 주문음식의 주인공을 모임에 가서 만나게 되었다.
"동생분은 어찌 되었나요?" 물으니,
"아~ 게시판에 글 올렸는데 못 보셨군요. 음식 잘 먹고 그 후로는 아무것도 못 먹다가 갔어요."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옮깁니다.
눈물나는 주문음식의 주인공이 쓴 글입니다.
성인병이 많아 지는 이유는
집집의 부엌의 온기가 사라지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은 적 있습니다.
여성들이 가사노동을 점점 하기 싫어하고( 혹은 취업주부가 늘어나기 때문에 못하기도 하고)
그래서 매식이 늘면서......... 매식의 속성상 입에 단 자극적인 음식이 점점 늘기 때문에
성인병이 늘어난다는 거죠.
물론 이밖에 운동부족 영양과잉등 여러가지 생활습관의 문제도 함께 생각해봐야겠지만...
여하튼 따듯한 부엌이 사라진다는 것은 문제이겠지요.
가사노동이 엄마 한사람에게 집중되는 일은 피해야겠지만
온가족이 민주적으로 가사노동을 나누어야 좋겠지만
우리모두 바라마지 않는 '그 날이 올때까지' 아무래도
따듯한 부엌을 지키는 일은 당분간 엄마들의 몫인것 같습니다.
저희 집 부엌은 그다지 따듯하지 않습니다.
바쁘게 일하는 엄마와 아내를 둔 우리집 두 남자는
직접 해먹거나 혹은 000 00 등에서 사온 반찬으로 밥상을 받습니다.
좋게 말하면 '살림 노동의 민주화' 가 이루어진 것이고
다르게 말하면 까칠하게들 사는 것이지요.
00000에서 반찬이나 국을 살 때
제 마음은
만든 이에 대한 고마움
우리 가족에 대한 미안함
나는 바쁘니까 할 수 없어..라는 합리화
그래도 명색이 엄마인데 앞치마 두르는 따듯한 정성 안 쏟아주는 부실엄마이군..싶은 자책감
늘 양가감정에 시달립니다.^^
하루는 당당했다가
하루는 미안했다가
널뛰듯 왔다리 갔다리 하죠.
그래도 00000의 반찬은 왠지 그냥 사먹는 반찬이 아니라는 믿음이 저는 갑니다.
단지 돈으로 사는 음식에 그치지 않고
밥보시 하시는 웬 좋은 분의 정성을 얻는 것이라는 안도감이 들곤 합니다.
좋은 재료로 정성껏 해주신다는 것도 믿구요.
지난 가을.
암투병을 하는 제 막내동생이 콩나물 김치국을 너무 좋아했기에
제가 그 댁의 콩나물 김치국과 싱거운 깍두기를 주문했었습니다.
사연을 들으신 님께선
돈 안받으시고
그냥 주시더군요.
동생의 투병에 대한 위로라고 하셨습니다.
동생은 그 국을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0월 말에 편안하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지막엔 물도 죽도 넘기질 못했지만
그 국은 제 동생이 입맛을 잃기 전에
마지막으로 잘 먹은 음식중의 하나였습니다.
진즉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는데
제가 동생잃고 살짝 우울감이 들어 의기소침해있다가
이제사 인사 드립니다.
평소에도 님의 반찬으로 저희 식구들이 잘 먹고 잘 사는데
동생까지 그 고마움을 잘 먹고 갔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일하시며 힘든 일 많으실테죠.
남들은 벗어나고 싶어하는 부엌일에 하루종일 온 몸을 담그고
일하다보면
아무리 그것이 장사이며 남다른 뜻을 둔 생업이라해도
가끔은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도 드실테죠.
사람은 보람만 먹고 사는 존재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님이 줄곧 지켜오신 그 태도덕분에
저처럼 고마운 덕을 보는 사람이
생깁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관이며 신념을 올곧게 지키면서 살아야 할 이유가
그래서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통 000000에 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방을 왔다갔다 하고 있고
남편의 음식솜씨가 나날이 일취월장하고 있어서요^^
곧 또 찾아뵐께요.
건강하세요....
* 그간의 경제적 고통과 육체적 고통이 눈녹듯 사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