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잘 봤다.
서울의 봄.
요즘 이슈가 되는 영화로 전두환이 정권을 잡으려고 몹쓸 짓을 한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킨 계기를 상세하게 묘사한 아픈 역사의 영화.
7백만이 넘어섰으니 곧 1000만 명의 관객이 이 영화를 감상하며
그날의 기억을 다시한번 되새기게 될 것이다.
영화를 잘 보고 나오니 1시 30분이 되었다.
남편이 나에게 묻는 말
"배 고파?" 당연한 걸 묻는 남편이 마음에 안 든다.
"당연히 배가 고프지. 자기는?"
자기님은 배가 안 고프단다.
배가 안 고파도 와이프가 배가 고프다니 점심을 같이 먹어야 되는게 아닌가?
보통의 사람들은 이리 생각할 것이다.
"그래, 그럼 어떡할까?"
자기님은 할 일이 있어서 사무실에 들려서 일 좀 하고 운동도 해야 된단다.
"그래? 그럼 난 사거리에서 내려 줘."
혼자 걷다가 멸치 국수집 간판을 보고 들어갔다.
이곳은 지난 봄에 어설프게 알게 된 동생이 나에게 국수를 사주며 안면을 트인 곳이라
기억에 남는다.
김치 멸치 국수가 국물이 끝내주었다.
처음에는 엄청난 양에 놀래며
반 정도만 먹을 줄 알았는데 어느새 젓가락이 국물을 젓고 있었다.
커패에 들려 진한 라떼 한 잔을 마시고 쇼핑을 하는데
맘에 드는 제품을 폰에 담고 거리로 나섰다. 여기는 쇼핑백도 종량제 봉투도 없으니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날씨가 포근해서 걷기에는 안성마춤이다.
걷고 걷다 보니 주부들이 피해갈 수 없는 하나로 마트가 보인다.
어느새 집 쪽으로 걷고 있었다.
폰에 자기님의 이름이 울린다.
어디냐고 묻는다.
이쪽으로 데리러 온단다.
그러라고 했는데 자기는 이곳에 와서 2층에 있는 서점에서 책 좀 보고 있겠단다.
그래? 같이 장을 보는 게 아니라 자기님이 하고 싶은 걸 하겠다는 말씀이지?
그러라고 했다.
카트에 주말에 먹을 일용 할 양식을 담았다.
주차장에서 만난 자기님이 트렁크에 일용할 양식을 담으며 혼잣말처럼 이야기를 한다.
점심을 안 먹었단다.
집에 가서 운동하러 갈 거란다.
그러라고 했다.
오늘은 자기님과 마음의 거리두기 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