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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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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복 터진 여자


BY 그린플라워 2007-12-10

올해는 김장을 세번이나 하게 되었다.
바쁜 동생들이 하나도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동생들 김장.
장보기부터 간 맞추기... 그래도 이건 친정엄마와 함께 했으므로 그래도 수월했다.
절여서 씻어온 배추 80킬로를 하여 동생들 나눠주고
그 주 주말에는 시댁에 가서 300여포기가 넘는 김장김치를 담궜다.
대형 김치냉장고통 여덟개를 싣고 오는 뿌듯함에 피곤함도 잊었다.

지난 토요일에는 자유학교행사에 25인분 저녁식사 반찬(낙지볶음, 버섯전, 호박전, 삼색나물, 잡채, 마카로니감자샐러드)를
도우미도 안 나오는 와중에 혼자 만드느라 혼비백산해야 하는데...
아침부터 전화벨이 울린다.
"아이고 우짜노? 배추속도 남고 배추도 너무 많이 남아서 처치곤란이다."
시어머님의 하소연 전화다.
"어머님 걱정 놓으세요. 팔 수 있는한 팔아볼께요. 생배추로 주시면 제가 시간 날 때 담궈볼께요."
"모조리 다 소금물에 넣어버렸다."
"그럼 반은 씻어 보내주시고 반은 절인 채로 그냥 보내주세요."

해마다 시댁김장은 여름부터 심은 유기농배추에다 태양초고춧가루를 쓰고
젓갈은 가장 맛있는 현지에 가서 직접 사오고
거의 모든 재료는 자급하는 고로
김치가 맛도 맛이지만 재료가 아주 명품이다.
오형제들에게 모두 해 주시므로 350포기 내지 450포기의 배추로 김장을 하느라
김장에 차출된 며느리는 허리가 휠 지경이다.

올해는 네째동서만 혼자 직접 담그겠다고 배추 50포기와 재료만 들고 가고
남은 동서들은 시댁에 모여서 함께 김장김치를 담궜다.
어머님께서
"이 김치는 아주 귀한 거니까 한쪽도 팔면 안 된다."
반찬가게를 하는 내게 하시는 경고시다.
"그럼요, 어떻게 만든 건데 팔다니요. 걱정 놓으세요."

그런데 이게 왠 날벼락이람?
바빠서 점심식사도 못하고 물만 마시면서 일하는 내게 100킬로 이상의 절인 배추가 도착했다.
일단 사방에 유기농김치 살 사람을 수배해 놓고
하던 일을 마져 했다.
행사장에 반찬을 들고가 테이블세팅까지 해 주고 돌아오는 길은 날아갈듯 가볍지만은 않았다.
식재료상에게 주문한 김장에 들어갈 재료들이 산재해 있었으므로.
게다가 야수회 사생가기로 한 작심도 물거품이 된 고로.

다음날 씻고 썰고 버무리고 속 넣고...
오후 네시경 씻어온 배추만 일단 마무리 했다.
상가 사람들에게 맛보라고 김치 한쪽씩 좌악~ 돌리고
어느 한가게에 모여 오겹살을 구워 굴 듬뿍 넣은 김장김치 속과 잘 절여진 노란 배추속으로 잔치를 했다.
다들 맛있게 잘 먹고 뒷정리를 마치고 귀가.
너무 피곤하여 까무룩 풋잠이 들었다 화들짝 깨어 잠이 안오는데
하루 일과를 곰곰히 점검해 보니...
김치속에 마늘과 생강이 빠진 게 생각났다.
'으악~~~~~~~~~~~~'

도저히 잠이 안 온다.
컴을 켜고 사찰김치를 검색해 본다.
-마늘과 젓갈 등 오신채가 빠진 사찰김치는 깔끔하고 깊은 맛이 일품-이란다.
오늘 넣은 재료로도 충분히 맛있는 김치가 될 거라는 게다.
그래도 잠은 쉬이 오지를 않았다.

결국 오늘 내가 담은 김치를 다시 꺼내어 사이사이에 배합한 마늘과 생강을 뿌리면서 다시 담았다.
한통은 시험삼아 그냥 두고...

사고 안 치고 넘어가는 날 있으면 안 되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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