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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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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터지게하는 큰아들


BY 그린플라워 2007-03-02

어리버리한 큰애가 어느새 중학교로 진학을 하게 되었다.

눈치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이 어리버리한 아이를 중학교에 보내자니 근심이 늘어진다.

내가 대신 학교를 다니는 게 차라리 나을 것같다.

 

며칠 전에 중학교 신입생을 대상으로 수학과학 영재를 뽑는 시험이 있었다.

매사에 엉뚱한 큰애를 시험삼아 그 시험을 치르게 했다.

의외로 50명 선발하는 1차 시험 합격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었다.

2차 시험은 과학을 위주로 필기시험을 보고

3차 면접시험이 있었다.

면접시험 때 대답해야할 것들을 대강이라도 일러서 보낼 걸...

 

시험 보고 온 아이에게 물었다.

시험은 잘 치렀니?

"네~"

늘 잘 봤다고 한다. 결과가 엉망인 게 문제지.

"면접시험은 어떻게 했니?"

 

"장래희망이 뭐냐고 물으시길래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어요."

"그리고?"

"어느 고등학교에 진학할 거냐고 물으시길래 동생이 다니는 초등학교 옆의 고등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씀 드렸어요."

"에휴~"

"그리구요, 이 시험 왜 봤냐고 물으시길래 그냥 호기심에 봤는데

1차시험에 통과하게 되어서 황당했다고 대답했어요."

머리가 빙빙 돌기 시작하고 뚜껑이 열리려고 한다.

그 말은 전해들은 동생 딸(올해 초등학교 6학년 됨)

"에이, 오빠는 특목고나 과학고를 가고 싶다고 해야 붙여주지."

"넌 커서 뭐가 되고 싶은데?"

"외교관이요. 동시통역사가 되려고 했는데 엄마가 남의말 대변해 주는 거 하지 말고

제 스스로 하고 싶은 말 하면서 살라고 하셔서요."

 

아들이 과학영재로 뽑히는 건 어렵다고 보고

개학하기 전에 국영수 선행학습이라도 하라고 했다.

아들 왈~

"어머니, 그렇게 미리 배우고 가면 학교 가서 재미가 없잖아요?"

물론 맞는 말이다. 나도 그 아이를 초등학교 다니는 동안에는 마음껏 놀게 했다.

40점짜리 시험지를 받아 와도 다음에 잘하라고 했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과목수도 많아지고 초등학교 때처럼 했다가는 중간도 어렵지 않겠는가?

며칠동안 EBS교재로 선행학습을 하라고 했다.

이틀은 했나 보다. 힘들어 죽겠단다. 게다가 과학영재에 뽑히게 되면 공부를 더해야 할 텐데

큰일이라고 아예 눈물까지 보인다.

 

어제 사단이 났다.

늦은 시각까지 게임에 빠져 있는 아들에게

"공부는 하고 하는 거니?"

"네~"

"그럼 공부한 책 가져와 봐."

 

아무리 기다려도 안 온다.

국어 영어책은 있는데 수학책이 없어졌단다.

오늘 공부한 책이 어디로 사라졌다는 말이다.

자정이 넘도록 책을 찾았지만 못 찾았다.

그 책이 바늘도 아니고 수증기도 아닌데 기가 찼다.

컴으로 검색을 해보니 공부쪽은 접속도 안한 상태였다.

눈물이 쏙 빠지도록 주의를 주었다.

"가족이란 서로 믿음이 없이는 행복하게 살 수가 없다.

엄마가 널 못 믿으면 널 위해 무엇이고 마음 편히 해 줄 수도 없다.

그리고 네 동생이 너처럼 한다면 네 기분이 어떻겠니?"

"안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 잘하기로 했다.

얼마나 잘할 지는 미지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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