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이 방학이라 외가에 놀러가고 싶어하길래 일부러 시간을 내어 가기로 했다.
며칠 놀다 올 것이므로 고기며 각종 반찬들을 잔뜩 싸서 차에 싣고 출발하려는데
도데체 시동이 안 걸린다.
가게앞까지 멀쩡하게 온 차가 말이다.
연료탱크가 비었음을 알리는 불이 켜졌다는 남편말에 긴급출동을 불러 연료보충을 했다.
그러고도 차는 꿈쩍도 않는다.
에구~ 긴급출동 또 불러 충전을 시키고 간신히 출발해 가는데 차에 있는 시간 알림이가
희미해지면서 라이트도 흐릿하더니 급기야 차가 멈춰서고 말았다.
왕소금 남편이 진작 폐차시켰어야할 차를 오늘내일 차 멈추는 날까지 탄다고 버티더니 결국 사단이 난 것이다.
것도 하필 친정 가던 길에...
차에는 애들 썰매까지 실어 운신조차 힘들 정도여서 그 상태로 서너시간 갈 일이 끔찍했는데
그나마 차가 서버렸으니.
다시 레카차를 불러 우리 차는 매달고 네식구는 운전석 옆에 둘씩 포개앉아 간신히 집 근처까지 왔다.
집 골목까지 들어가자는 걸 골목에 주차선이 비어 있을 지도 의문이고 하여 동네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그 많은 짐들을 집으로 날랐다.
출발부터 두어시간을 떨며 고생을 한 것이다.
시골에는 못가게 되었음을 알려 드리고 늦은 저녁상을 거하게 차려 먹는 일에 열중했다.
오늘 시간약속 안 지키기로 정평이 나 있는 까탈쟁이 동생이 친정에 간다고
우리 애들을 데리고 가겠다고 한다.
내일 바로 밑의 여동생도 갈 것이므로 그 차에 태워보내는 게 더 낫지만
하루라도 일찍 외가에 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생각해서 좀 찜찜하기는 했지만
그 차에 태워보내기로 했다.
행동이 굼뜨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그 동생이 하는 일이므로 언제 가게 될지 모르니
여유만만으로 밥 먹고 놀고 있는 중에 동생 둘째딸이 전화를 해왔다.
"이모, 지금 나오시래요."
이게 왠일인가 싶었지만 남은 아무리 오래 기다리게 해도
본인은 못 기다리는 까탈쟁이 동생 비위를 상하게 할까봐 맨발에 슬리퍼를 끌고 나가
차에 실을 물건들을 쌓아 놓고 기다렸다.
삼십분이 지나도 안 온다.
옆 동네라 차로 이분이면 충분한데.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지만 받지도 않는다.
올해 중학교에 가게 된 큰아들 왈,
"걸어와도 벌써 오고도 남았겠다."
애들은 집 안에 들어가 있으라고 하고 난 신발만 챙겨 신고 기다렸다.
드디어 안 죽고 나타났다.
포커페이스가 안 되는 난 좋은 표정일 리 없이 트렁크를 열게 하고 짐을 실었다.
콧물이 나오려고 하고 소변도 마렵고 하여 들어오려고 하니
그 와중에도 날 한참 쳐다본다.
"왜?"
"언니 눈은 괜찮구나."
난 속으로 '니 눈도 멀쩡해. 으이구~'
셋이 눈수술을 했는데 언니들은 잘 되고 자기만 인상 버렸다고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다.
뭐든 반품하고 교환하는 게 취미이자 특기인데
옷도 집기도 아니니 반품도 교환도 못해 생병이 난 상태다.
바로 밑의 동생 왈,
"아니 멀쩡하게 잘 된 눈가지고 유난을 떨어요. 그게 옷이었으면 벌써 몇번 바꿨거나
반품을 했을 텐데 그걸 못해서 병이지 뭘~"
내가 수술하는 날도 그 동생이 데려다 준다고 했다.
바로 밑의 여동생이 그 얘기를 듣더니,
"언니, 그냥 지하철 타고 가서 해. 걔 차 타고 가면 그날 수술 못할 게 뻔하잖아."
"내가 혼자 먼저 간다고 했더니 수술 후에 태우러는 온다더라."
"에이~ 형부 불러서 오거나 아님 그냥 지하철로 와. 그 병원 문 닫는 시간까지 나타날지 어떨지도 모르는데..."
수술 당일에 아침도 못 먹고 가서 수술 받고 나니 배가 고팠다.
동생은 언제 올지 모르므로 호박죽을 주문했다.
열한시까지 온다던 동생이 한시반이 지나서야 왔다.
그나마 감지덕지하고 그 차로 집에 왔다.
그 동생이 끼면 식당 예약까지 취소 당한다.
일산까지 스무명도 넘은 대식구들이 별난 밥 먹으러 갔는데
그 동생이 예약시간보다 삼십분도 넘어서 나타나는 바람에 예약취소 당하고
다른 곳에 가서 엉뚱한 밥 먹고 온 적도 있으니...
시간 약속 안 지키는 거 질색인 난 동생이고 뭐고 꼴 안 보고 싶다.
버릴 수 있다면 그냥 휙 버리고 싶다.
이 경우 반품이나 AS가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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