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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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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라에 나는 제철음식으로 철들자


BY 그린플라워 2006-08-28

어린 시절에 먹던 음식이 평생 인성을 좌우한다고 한다.

요즘은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음식이 얼마나 많이 유통되는지

점점 서구화되어가는 식생활 때문에

아이들의 인성조차 서구화되지 않을까 염려 된다.

서구화 되는 것이 잘못된 일만은 아니지만

우리 고유의 식생활이 점차 사라지면서

우리 농산물이 설자리를 잃어가는 것이 상당히 우려된다.

 

우리집 아이들은 생협에서 판매하는 유기농 식품으로 조리한 것을 먹이고

과자나 사탕 음료수 빵 등도 거의 안 먹이므로

간식이 주로 삶은 땅콩이나 우리밀로 만든 부침개, 찐고구마나 찐감자 뻥튀기한 콩이다.

피자나 돈가스, 햄버거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별식으로 집에서 만들어 먹인다.

피자는 토스트용 식빵위에 양파를 한켜 깔고

신선한 야채를 얹고 저지방 햄 위에 모짜넬라치즈를 듬뿍 얹고

피자소스 대신 토마토케첩을 뿌려

전자렌지에 2분간 돌리면 파는 피자 못지 않게 맛있는 피자가 완성 된다.

 

봄에는 산이나 들에 나는 자생 먹을거리를 채취해서 먹이는데

아이들이 쑥국이나 질경이무침도 잘 먹는다.

요새는 수박을 먹고 나면 수박껍질로 나물을 해서 먹인다.

제일 바깥쪽 껍질만 깎아내고 채를 썰어 소금에 살짝 절였다가

초고추장에 무쳐 먹이면 잘 먹는다.

재래식으로 먹이다 보니 김치와 된장, 간장의 소비가 많은 편이다.

아직까지는 된장과 간장을 시댁이나 친정에서 조달해 먹고 있는데

조만간에 직접 담궈볼 생각이다.

시어머님처럼 직접 농사지은 콩으로 메주를 띄워 만들수야 없겠지만

믿을만한 곳에서 만들어낸 메주로 된장을 담그면 될 것이다.

 

우리집 아이들은 평균치 보다 낮은 키와 체중이지만

병치레도 거의 없고 혹여 감기가 걸리더라도 민간요법으로 이내 낫곤 한다.

일곱 살짜리 작은녀석이 물냉면 보다 비빔냉면을 더 잘 먹는 건

순전히 끼니 때마다 먹는 김치 덕분일 것이다.

어쩌다 백김치를 주면 매운김치 달라고 조르고

매식을 하더라도 깍두기 하나만 가져도 군소리없이 잘 먹어서

여행을 해도 불편함이 없다.

안 먹는 야채가 거의 없지만 브로컬리 같이 생소한 건 안 먹으려 하길래

곱게 다져서 파전에 넣어 먹이니까 잘 먹는다.

거부하는 야채는 곱게 다져서 밥에 비빈 후 날달걀을 섞어

팬에 기름을 두르고 지져 밥전을 만들어 먹이면 안 먹을 재간이 없게 된다.

 

아이들에게 '목숨 걸고 햄버거 먹을래?'를 읽어 주었더니

앞으로는 파는 햄버거는 안 먹을 거라고 한다.

바쁘거나 햄버거 패티가 집에 떨어졌을 때는 햄버거를 사주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그나마 안 사줘도 되게 된 것이다.

 

내가 속한 모임들이 주로 환경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

모임 후 식사할 일이 생기더라도 각자 도시락을 싸오거나

비빕밥 재료를 싸가지고 와서 비벼서 나눠먹곤 하므로

매식할 기회가 별로 없다.

여행을 가게 되어도 도시락과 간단히 해 먹을 수 있게 준비를 해 가므로

그 지역 특별한 음식문화를 체험하는 것 외에

한끼 요기를 하기 위한 식사는 사 먹을 일이 별로 없다.

게다가 김치국물은 물론 라면국물도 못 버리게 하는 남편과 살다 보니

저절로 환경지킴이가 된 것이다.

 

뭐든 만드는 게 취미이고 그 중 요리하는 게 아주 즐거운 일이므로

작정하고 요리를 배운 적도 있어 궁중요리와 사찰음식을 배워보니

차이점과 공통점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둘 다 몸에 이롭다는 것이 공통점이고,

궁중요리는 재료 준비에서부터 조리과정 담아내는 것까지

그 정성과 시간 소요가 대단하고

맛 또한 딱히 무엇이 들어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오묘한 맛이 나고,

사찰음식은 산이나 들에 자생하는 재료가 많고

맛을 내기 위해서 간장이나 참기름, 소금 외에는 별로 들어가는 게 없어서 

음식 자체의 맛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평소에는 사찰음식처럼 조리해서 먹고 시간 여유가 있는 날에는

복잡한 요리를 해서 주변에 나눠주기도 한다.

 

우리가 철들지 못하는 것은 제나라에서 제철에 나는 음식을

못 먹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우리 자녀들에게 편리함이나 경제성만을 고려하여 아무 것이나 먹이다가

결국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어느날 공격을 받게 된다면 어쩔 것인가.

음식은 만병을 고칠 수 있다고 한다.

잘못된 식습관으로 버려진 몸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기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지금부터라도 올바른 식생활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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