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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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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일기-손도 안 대고 끝낸 김장


BY 그린플라워 2006-08-28

해마다 이맘 때면 김장담그는 일로 며칠 분주하곤 했었는데
올해는 손하나 까딱않고 김장김치가 집으로 왔다.
시어머님께서는 자식들 주신다고 해마다 텃밭에 오백여포기의 배추를 심으시고
늦가을이 되도록 배추, 무에 신경을 쓰신다.
작년에도 난 삼백여포기의 김장을 도우러 가게를 도우미에게 맡기고 시댁에 갔었다.
그런데 올해는 도우미도 없이 혼자 가게를 꾸려 가는 관계로 김장은 엄두도 못내고 있었는데
형님과 어머님께서 해 주셨다.
아마 40포기 이상은 됨직하게 엄청난 양의 김치가 와서 김치냉장고를 꽉 채웠다.
문제는 형님이 한드럼통은 마늘을 빼먹고 담그는 바람에 김치냉장고 통에 옮겨담으면서
켜켜이 마늘 찧은 걸 발라 넣어야 했다.
어찌되었건 이게 왠 횡재랴?
우리 가게에서 팔기 위한 김치를 담궈대느라 골몰했었는데 정작 우리집 김장김치는 간단히 해결된 것이다.
어머님은 결혼 초부터 전화 안하는 둘째며느리(나) 때문에 불만이 많으시다.
이번에도 김장을 하시는 줄 뻔히 알면서도 전화 한통화 안 드렸더니
다른 며느리들이나 아들에게 불만을 토로하신 모양이었다.
내가 전화 안 하는 건 거의 고질병이다.
꼭 다급한 일 아니면 절대 전화 안 한다.
무소식이 희소식이거니... 하면서 사는 게 버릇이므로
그런데 그게 시어머님께는 큰 잘못으로 보이는가 보다.
늘 둘째며느리의 안부 전화조차 없음이 불만이시다.
우리 전화 기본요금만 물고 그냥 둘 거면 아예 전화국에 반납하라고 성화시다. ㅎㅎ
이번에도 전화를 안 드리는 대신 육개장도 끓이고 반찬도 몇가지 챙겨서 아들 편에 보내드렸다.
보내주신 김치 잘 먹겠노라고 전화를 드렸더니
'니가 보낸 국 맛있게 먹고 있는 중'이라신다.
난 말로 다 떼우는 거 싫어한다.
그냥 묵묵히 고마움을 내 방식대로 표현할 뿐이다.

 

때로 친구들에게 몇달이나 해 바뀌고서야 전화를 하면
'너 살아있었구나...' 한다.
앞으로 좀 원만하게 살려면 고쳐야겠지만 언제 고쳐지겠는가.
이대로 살다가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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